VEGF 억제제 ‘아일리아’ vs. ‘바비스모’ , 안과질환 시장성 유지 전략은?
아일리아 2년 내 물질특허 만료...제형특허는 최대 2030년까지 유지
아일리아 5번째 적응증 확보...'바비스모'도 3번째 적응증 심사 中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억제제 관련 안과질환 치료제 시장의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바비스모’와 지는 해로 평가받는 ‘아일리아’ 사이의 생존경쟁이 불붙고 있다.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둔 아일리아는 제형 및 추가 용도(적응증) 특허, 용법 변경 등을 시도하며, 경쟁 약물 및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에 대비하고 있다. 후발 약물인 바비스모에 대해 미국에서 최근 세번째 적응증 허가 심사가 개시됐다. 업계에서는 아일리아와 바비스모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효과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일리아, 시밀러 방비책은?...“5종 적응증 및 축적된 처방 데이터”
지난 1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밀리언 인사이트가 공개한 안과질환 시장 부문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안과질환 시장은 2021년 335억 달러(44조2800억원)에서 2030년 656억 달러(86조 7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황반변성과 황반부종, 망막병증 등 안과질환 적응증을 획득한 VEGF 억제제 시장은 2021년 기준 전체의 31.5%(105억525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VEGF 억제제 시장을 선도하는 약물이 바로 미국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리제네론)이 보유한 ‘아일리아’다. 아일리아는 2011년 미국에서 최초 적응증인 황반변성 치료제 획득 당시 투약 간격이 최대 2달로 승인됐다.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ROV) 동반 황반부종 등의 적응증으로도 최대 2달 간격으로 쓸수 있도록 추가로 승인됐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2021년 아일리아 매출은 57억9200만 달러로, 사실상 해당 기간 전체 시장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이 약물의 매출은 지난해 62억6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 성장했다. 하지만 아일리아 물질 특허 만료가 미국과 한국, 중국 유럽 등에서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일부 국가에서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가 국가별로 2027~2030년까지 유지되며, 신규 적응증에 대한 용도 특허를 등록하려는 작업도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하향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리제네론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에 맞서, 적응증 및 용법 확대를 진행해왔다. 오리지널 약물의 적응증 중 하나를 특정해 개발하는 일반적인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할 경우를 대비해, 활용도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7월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해 투약 용법을 최대 4달로 2배 들리기 위한 용법 변경 허가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에서 동종약물 중 최초로 미숙아의 망막병증 치료를 위한 적응증도 추가로 획득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업계 관계자는 “국내사의 바이오시밀러들이 싼 가격으로 시장을 진입해 진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아일리아의 5종의 적응증에 대한 용법도 촘촘해지고 있고, 이와 별개로 주요국에서 2027~2030년까지 유지되는 제형특허 이슈도 있다”며 “싼 가격을 떠나 의사들이 다른 질환의 바이오시밀러의 사례와 달리 다양한 환자에게 처방한 경험이 축적된 오리지널 사용을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일리아와 같은 VEGF 억제제는 투약 시점이 명확한 일반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최장 투약 간격 이내에서 의사 재량으로 환자에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처방되는 약물이었다. 의사가 각자의 사용 경험에 비춰 익숙한 오리지널 약물 대신 특별한 비교우위점이 없는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주저할 수 있다는 의미다.
11일 기준 미국 암젠부터 셀트리온(068270), 알테오젠(196170), 삼천당제약(000250),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자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3상 또는 허가 신청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아일리아의 제형특허를 회피했다고 밝힌 곳은 알테오젠과 삼천당제약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개발사 중 아일리아을 완전히 대체할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를 시도할 계획을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또 미국 등 주요국의 규제당국 조차 안과질환 관련 생물학적제제의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심사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일리아 저리 비켜!, ‘바비스모’ 투약편의성 확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등장과 별개로 현재 해당 시장 점령을 위해 로슈는 자사 ‘바비스모’의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항체 방식의 바비스모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로슈의 VEGF 억제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의 후속작으로 개발됐다. 바비스모는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각각 지난해 1월과 9월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 최대 4개월 간격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되며 주목받았다. 눈에 주사하는 치료제의 특성상 바비스모의 투약 간격 범위가 아일리아 대비 2배였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FDA가 ‘ROV 또는 망막정맥분지폐쇄’ 동반 황반부종 환자 대상 최대 2개월 간격으로 투약하는 용법으로 바비스모의 적응증 확대 승인 신청건을 수락했다. 회사는 이번 적응증 역시 최대 4달로 투약 간격을 연장 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매출 가능성에 전반적으로 좋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워낙 시장이 크니 1% 이내의 점유율만 가져와도 몇 천억이다’라는 식의 장밋빛 이야기다”며 “한편으로는 제형이나 남은 용도 특허관련 허들을 넘어 실제로 매출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 좀 더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비스모는 사실상 출시 첫해 미국 시장을 주축으로 지난해 5억9100만 스위스 프랑(약 6억 6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루센티스(2022년 매출, 10억1200만 스위스 프랑)의 대체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까지 바비스모는 60여 개 국에서 2종의 안과질환 적응증으로 승인됐다. 한국에도 도입됐지만 아직 보험 급여권엔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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