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장사 중 가장 힘들었지"…코로나 해방 선언에 ‘기대반 걱정반’
"피를 말린 코로나 종료에 격세지감"…"거리 활력 넘치길"
급격한 인건비 등에 한숨도…"폐업 고민 자영업자 많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영민·김영은 수습기자]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을 아침 뉴스로 봤어요. 아무래도 거리에 활력이 넘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가 이날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한 가운데 그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직군 중 하나인 자영업자들은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방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은 실내외 마스크 해제 후 고객이 늘고 있는 과정에서 정부의 사실상 엔데믹 선언이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반면 코로나 시기에 빌렸던 대출금을 갚는 일부터 급격한 인건비와 재료비 인상에 한숨짓는 자영업자들도 여전히 많았다.
이데일리가 이날 오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건대입구역과 명동, 합정동 일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위축했던 활동들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완연했다.
중구 명동거리에서 떡볶이를 6년째 판매하고 있는 김모(52)씨는 “실내외 마스크 해제 이후에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지고 외국인들도 많아져서 차츰차츰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며 “정부가 해제 선언까지 했으니 더 많은 이들이 명동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마포구 합정동에서 16년째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50)씨도 “대통령 말이 국민한테는 안심을 줄 수 있지 않느냐”며 “마음이 편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고, 가게에 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반발하며 자영업자들의 삭발시위를 주도했던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대표인 민상헌(69)씨는 “코로나 때문에 얼마나 피를 말렸느냐”며 “정부의 공식적인 코로나 종료 발표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광진구 구의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해 온 민씨는 “장사를 40년 했는데 코로나 시기에 가장 힘들었다”며 “그간 오른 인건비나 재료비 등을 생각하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사실상 엔데믹 선언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됐지만, 급등하는 인건비와 월세 등에 한숨짓는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서울 번화가 중 한 곳인 건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장 김모(60)씨는 체인점 4곳을 운영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금도 죽을 맛”이라며 “코로나 기간에 영업을 못 하게 한 여파가 지금까지도 큰 데다 최저임금도 올라가고 물가도 다 뛰어서 직원을 고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만간 가게를 내놓으려고 한다”며 “지금 저뿐만 아니라 이 일대에서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선 실내외 마스크 해제와 경기불황으로 극적인 변화가 있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30년 넘게 의상실을 운영하는 차모(61)씨는 “실내외 마스크 해제에 사람들이 작년보다 무던해져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은 체감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사람들 소비가 움츠러드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기간 곤두박질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근로시간 연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손모(54)씨는 “코로나 때는 저녁에 손님들이 없으니 10시간만 일했는데, 요즘엔 직원 없이 홀로 하루에 12시간씩 꼬박 버티고 있다”며 “나이가 있어 써주는 곳은 없고 월세도 늘어 일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고 울상지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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