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공화국, 재미인가 의미인가?[이제학의 힐링카페]

“축제는 지역소득이다.”

이병노 담양군수가 축제 현장에서 던진 말이다.

여왕의 계절답게 축제가 한창이다. 대학은 학교마다, 각 지자체는 나름의 컨텐츠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히 축제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특히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하히 서울 수도권 사람들을 끌어 들이느냐가 관건이다. 그 중심에 지역 축제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축제 하나를 제대로 성사시키면 그 지역이 뜬다.

얼마 전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담양대나무축제’가 열렸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한 힐링의 계절에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죽녹원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 일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2023년 새롭게 개관한 야외음악당을 주 무대로 넓은 잔디밭에서 12개 읍면별로 준비된 담양의 먹거리를 즐기며 여유롭게 공연관람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제학 한국힐링협회장

지역축제의 성패는 아무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 담양대나무축제 또한 송가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공연에 2만 여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성공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하고 그냥 가면 썰렁함만이 남는다.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난 후 공허함이 밀려드는 이치와 같다.

축제(祝祭, Festival, Carnival)는 축(祝)이 동반된 큰 제사(祭)다. 오늘날에는 굳이 축(祝)이나 제(祭)와 관련이 없더라도 큰 잔치라면 축제라 불러준다. 하지만 본래 축제의 기원은 대체로 고대 사회에서 절기별로 변하는 자연이나 추수를 기념하는 내용이었다.

요새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홍보를 위해 ‘함평나비축제’ 등 지역과 특산품의 이름을 붙인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생 축제들 중에서 ‘가평자라섬재즈페스티벌’, ‘보령머드축제’처럼 알차게 운영하여 지역을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런 행사가 열리는 동안은 한산하던 거리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한편 축제를 선도하는 대학가의 축제는 한 때 ‘의미냐 재미냐’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1980년대까지의 대학축제는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학내 민주화 운동의 열기 속에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주최한 축제는 학생 운동의 일부로 여겨졌다. 따라서 198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은 사회참여 정신과 저항정신을 내세우며, 대동제를 열었고 축제가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대학가 축제가 지금처럼 재미 위주의 문화를 형성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대학가에 공동체 의식과 저항 정신의 열기가 옅어졌다. 자연스럽게 축제가 교문 앞 시위 행렬로 이어지던 일도 1992년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에 따라 틀이 정해져 있던 집체적 연극의 비중이 줄어들고, 장르와 주제를 불문한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축제는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고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사회 통합적 기능을 한다. 일상을 떠나 자유와 휴식을 경험하는 장이 된다. 공동의 가치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시키고, 인간의 억눌린 감정을 건강하게 승화시킨다. 따라서 축제는 소비적이고 무익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삶의 필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축제 방문객 만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축제 내용의 다양함과 재미, 체험프로그램을 통한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축제의 관리자나 기획자는 지역축제의 만족요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담양 군수님이 ‘축제는 지역소득이다.’는 모토로 12개 읍면에서 가꾼 농산물을 들고 나와 직접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구촌 시대다. 전 지구인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한 지역의 축제는 그냥 그 지역만의 축제가 아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축제공화국의 시대 연예인을 통해 재미 위주로 사람을 쉽게 불러 모을 것인지, 아니면 의미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컨텐츠로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인지. 정답은?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