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목표가 올리는 크래프톤...직원들은 “그래서요? 언제 50만원 가나요”
보호예수 해제됐지만 손절 못하는 직원들
크래프톤에 근무 중인 30대 김남수(가명) 씨는 최근 이직을 고민하다 접어야 했다. 헤드헌터로부터 이직을 제안받고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문제는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였다.
퇴사하면 우리사주로 매입한 주식을 인출하고, 회사대출금을 일시에 변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미 보호예수가 끝나 주식을 매도할 수 있지만 김 씨가 매수한 공모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손실이 불가피하다.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공모주 투자를 했기 때문에 추가금을 납입해야 하는 것이다. 김 씨는 결국 이직 계획을 접어야 했다.
김 씨는 “당시에는 공모주 투자가 열풍이라 대출까지 받아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이 많았는데 다들 힘들어한다”면서 “지금 보니 우리사주를 사지 않은 사람들이 승자”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크래프톤의 목표 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크래프톤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수준의 호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크래프톤의 목표 주가를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기존 22만원에서 각각 27만원, 26만원으로 높였다.
크래프톤은 지난 9일,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887억원, 영업이익 283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2000억원 안팎이었던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역대급 실적의 배경에는 비용 통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규 채용 축소로 인건비가 감소했고, 앱 수수료 역시 수수료율이 낮은 PC 매출 비중이 올라가면서 매출 대비 비중이 1%포인트(P) 이상 줄었다”면서 “신규 게임이 없었음을 감안하더라도 51억원 수준의 광고 선전비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쟁사인 엔씨소프트와 위메이드 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67% 줄었고, 위메이드는 매출액은 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키움증권은 엔씨소프트 주가를 47만원에서 45만원으로 하향했고, 대신증권은 43만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도 위메이드 주가를 6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크래프톤의 목표주가가 나 홀로 오르고 있지만,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은 남의 얘기다. 높아진 목표가가 당시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마이너스가 아주 조금 줄어들었는데 기뻐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2021년 8월 20일 증시에 입성한 크래프톤은 상장 3개월 만에 56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성장주가 타격받는 과정에서 힘없이 고꾸라졌다. 현재 주가는 2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35만1525주를 배정받았다. 증권신고서상 직원이 133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64주씩 받은 셈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직원 한명당 1억3147만원씩 투자했다.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에 계좌에는 마이너스(-) 7800만원 정도가 찍혀있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크래프톤에 남아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30만주 정도다. 상장 당시 물량보다 약 14% 줄어든 수준이다. 직원 100명 중 86명은 손절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크래프톤 주식을 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사주조합에 참여한 직원들은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들고 있어야 하는 보호예수 규정 때문에 크래프톤 주가가 50만원을 상회했던 2021년 11월에는 매도할 수 없었다. 보호예수는 소액 투자자 보호와 증권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사주 투자자들은 크래프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렌탈, HK이노엔 등도 현재 주가가 공모가 대비 급락해 있어 우리사주 조합원들의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렌탈은 공모가(5만9000원) 대비 53% 넘게 하락한 상태이고, HK이노엔도 공모가(5만9000원) 대비 43% 빠진 상태다. 두 기업 모두 보호예수가 끝나는 상장 1년 이후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한 적이 없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각각 3만9000원, 9만원) 대비 -36%, -3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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