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절반은 직원 10명도 안돼...“실상은 공모주 투자용 개인회사”

이인아 기자 2023. 5.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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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모임에 갔는데, 새로 생긴 곳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돈 많은 분들이 공모주 배정을 많이 받으려고 만든, 사실상 개인회사로 운영되는 곳들이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둔갑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은데, 꼼수 관행이 알려지면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신규 자산운용사로 허가받는 게 깐깐하기 때문에 차라리 운용사 라이선스를 사버리는데 요즘은 라이선스만 최소 10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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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모임에 갔는데, 새로 생긴 곳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돈 많은 분들이 공모주 배정을 많이 받으려고 만든, 사실상 개인회사로 운영되는 곳들이었습니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공모주 물량을 많이 받기 위해 소규모 사모펀드 전문운용사를 활용하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로 공모주를 받을 경우 청약증거금 없이 대량으로 물량을 받는 이점을 누리려는 의도다. 금융당국이 편법 공모주 청약을 막기 위해 일부 규정을 개선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중인 자산운용사는 총 431개사로 집계됐다. 2021년 말 346개사와 비교하면 1년 만에 25% 늘어났다.

특히 임직원 수가 적은 군소 자산운용사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이 10명 이하인 자산운용사 수는 113개에서 178개로 57% 넘게 늘어났다.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기관투자자 자격을 얻어 자산을 증식하는 편법이 알려지면서 소규모 사모펀드 전문운용사가 활황을 누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공모주는 투자가 쉽고, 수익률이 높아 ‘알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로 공모주를 청약하면 개인투자자와 달리 청약 증거금이 필요 없고 배정되는 물량도 많다. 펀드에 따라 벤처기업투자신탁(코스닥벤처펀드),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하이일드펀드)으로 만들면 공모주 우선배정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투자에 생긴 허점을 막기 위해 일부 규정을 개정했지만, 근절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이 지나거나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을 충촉해야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게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이는 그간 등록제로 설립 허들이 낮았던 투자자문사, 일임사가 기관투자자로 취급받던 데 일정 기준을 만든 것이다. 오는 7월부터 허수성 청약을 근절하기 위해 주관사에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하도록 했는데, 규모가 작은 투자자문사, 일임사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이점을 노리고 자산운용사를 아예 사버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둔갑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은데, 꼼수 관행이 알려지면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신규 자산운용사로 허가받는 게 깐깐하기 때문에 차라리 운용사 라이선스를 사버리는데 요즘은 라이선스만 최소 10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자산운용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사례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총 16개 자산운용사에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43개사에서, 2021년에는 55개사에서 손바뀜이 나타났다.

자산운용사가 고액 자산가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다 보니 기관투자자 영역을 침범해 이점만 빼먹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오히려 초고액자산가들만 투자 사각지대를 찾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업 의지가 있는 운용사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 허가를 받거나 프라이빗에쿼티(PEF)로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받는 등 기관 자금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수년간 위탁매매 없이 자기자본만 굴리는 운용사라면, 재테크용으로 둔갑한 껍데기로 보고 기준 이하로 판단해 거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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