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메기’ 기대했는데 벌써 매물로?… M&A설 나오는 카카오페이손보
양사 “M&A 구체화한 것 없다” 부인
금융 당국, 매각설에 불편한 시선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경영권 양도 계획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인수합병(M&A)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투자은행(IB) 시장에서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51%에 대한 인수가액을 600억~700억원 가량으로 보고 카카오측과 협의를 했다’, ‘양측이 지분 양수 계약을 맺게 되면, 카카오페이손보 자본금을 현행 10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등 세부적인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카카오페이손보 인수 추진설이 사실이냐는 물음에 카카오페이손보 측은 다소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경영권 양도에 대해 검토한 적은 없다’는 답변밖에 할 수 없다”며 “카카오페이손보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왔고, 논의를 나눈 여러 회사 중 한 곳이 교보생명이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보험 시장에 막 발을 내디딘 카카오페이손보의 피인수설이 나온 것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금융 당국 한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해준 것은 보험시장에서 다양한 혁신 상품을 선보이며 메기 역할을 하라는 데 있다”면서 “최근 카카오페이손보의 행보를 보면 보험업 인허가 과정에서 당시 회사가 피력했던 사업 계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기효과’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경쟁자의 잠재력과 경쟁력이 함께 올라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손보 눈독 들이는 이유는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보 인수에 나선 것은 지주사 체제 전환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손보를 통해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고 지주사 체제 구축 작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게 교보생명의 복안일 것이란 관측이다.
교보생명은 보험 상품 개발과 마케팅, 자산 운용 등 보험사로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생명보험사로서 사업 영역이 제한돼 있고 자체 보험 대리점(GA)이 없어 영역 확대와 디지털 역량 강화에 목말라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그동안 여러 손보사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무산을 거듭하면서 대상과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수 대상의 몸집이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AXA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계속 손보사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에 있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손보사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나 특정 회사 인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라며 “카카오페이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금융 당국,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매각설 불편한 시선
금융 당국도 교보생명의 카카오페이손보 인수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4월 1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허가를 받았다. 자본금 1000억원, 출자자는 카카오페이(60%), 카카오(40%)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보험이 결합된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사로 본허가를 획득한 첫 사례였다.
금융 당국 한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해준 것은 보험시장에서 다양한 혁신 상품을 선보이며 메기 역할을 하라는 데 있었다”면서 “보험업에 이제 발을 내디뎠는데 지분 거래 얘기가 나오는 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1년 동안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영 행보를 보면, 보험업 인허가 추진 과정에서 피력한 사업계획과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이 회사가 출시한 상품은 ‘금융안심보험’이 유일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2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보험 영업 손실이 263억원이다. 자산은 전년보다 220억원 줄어든 821억원이다. 특히 연간 신계약실적은 60건, 가입금액이 총 2억원에 그쳤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손해율이 2033%에 달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험업이라는 게 최소 10년 정도 버텨내야 하는, 매몰비용이 드는 업종이고,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이를 잘 이해하고 시장에 진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시장에 나온 소문에 대해 각 사가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나, 추후 카카오페이손보의 지분 양도 등 매각 이슈가 공론화한다면 금융 당국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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