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자는 여당의 ‘무리수’
성일종·하태경 등 잇단 주장
위험성 우려 불식 의도 담겨
일본 정부 입장과 일맥상통
민주당 “안전한지 검증부터”
여권서도 비판 목소리 나와
정부 “명칭 변경 검토 안 해”
여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contaminated water)’를 ‘처리수(treated water)’로 바꿔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을 앞두고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방류를 지원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루는 국민의힘 특별위원회인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에서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방사능에 오염된 오염수를 모았다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라고 하는 다핵종을 걸러내는 기기를 사용한다”면서 “이 기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증을 했고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주축이 돼서 다핵종들이 걸러지는지 안 걸러지는지 지금 다 검증하고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용어 정정부터 필요한데 엄밀하게 ‘오염 처리수’”라면서 “IAEA가 오염수를 방류하게 놔두겠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이 TF 첫 회의에서도 바다에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 당국자들도 참석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됐던 물을 방사성 핵종을 제거해 바다로 내보낸다며 처리수가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알프스 처리수’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에서 날아오는 것은 누군가가 아무리 발사체로 이름을 바꾸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것이 미사일임을 알았다”며 “일본이 방류하는 것의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더라도 국민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허은아 의원은 SNS에서 “실사단이 일본에 가지도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직접 확인한 것도 없는데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미리 답을 바꾸려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깨끗하면 왜 밖에 내보내냐. 깨끗하지 않으니까 투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방사능 오염수 가운데 오염수 처리가 완료된 것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처리가 완료된 오염수도 안전한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바꿔 불러야 하는가”라며 “정부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지원하려 나서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꿀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일 당국은 12일 서울에서 국장급 실무 협의를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과 관련해 논의한다.
이두리·박은경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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