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쪼갠 '간호법' 16일 국무회의 상정될 듯…후폭풍 불가피

의료연대, 17일 총파업 예고하며 간호계에 중재안 수용 요구
간호계는 "제정 약속 지켜야"…법안 공포 촉구하며 단체행동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간호법 제정안이 오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대통령 결정이 어떻든 직역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아직 16일에 어떤 법안이 상정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간호법이 올라갈 가능성 높다"며 회의 결과에 따라 보건당국의 입장을 밝힐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지난 3일에 이어 11일 연차를 쓰거나 단축 진료를 하는 방식으로 2차 부분파업, 이른바 '연가 투쟁'에 나섰다.

간호법 제정안에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나 소수 의료직역 침범 소지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함께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한 데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연대는 전체 보건의료 직역들이 상생할 간호법 중재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여당에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대한간호협회와 대화를 통해 모든 보건의료인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연대는 연달아 경고성 부분파업을 벌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개선법'으로 법안명을 바꾸는 등 중재안을 냈는데 야당이 강행 처리한 게 거부권 행사 근거가 된다고도 보고 있다.

양측 요구가 맞선 상황에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은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에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익에 배치되는 법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법안 △여야 합의가 아닌 일방 처리로 통과한 법안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대통령실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간호법을 요구해 온 간호계는 의료계 반발에 맞서 조속한 법 공포를 정부 등에 촉구했다.

본회의에 통과된 간호법이 수정 없이 공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 등 대표단은 지난 9일부터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국제간호사의 날을 겸해 간호법 제정 촉구 대규모 행사를 연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회원 대상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단체행동을 할지, 한다면 어떤 투쟁에 돌입할지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간호법이 거부될 경우 간호계는 극렬한 저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 관계자는 "간호법 찬성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겪을 혼란이 더 클 것"이라며 "대통령을 믿는다.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간호계가 간호법을 포기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비극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며 "간호계는 더는 물러설 공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