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얽힌 전기요금…문책성 인사 겹치며 '시끌'
산업 2차관에 강경성 전 비서관…요금 논란 관련 '문책 인사'
㎾h당 약 7원 인상 가닥…전문가들, 예고된 '냉방비 폭탄' 지적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가 한 달 이상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당초엔 물가 인상 우려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 등이 변수였지만, 한국전력 사장의 거취 문제가 부각되는 와중에 문책성 인사 논란까지 겹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뤄진 전기요금 인상안…산업부 2차관, 사실상 문책 인사
11일 국민의힘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은 12일 한국전력의 자구책이 공개된 이후 다음 주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전의 자구노력이 마련돼야 요금이 확정된다"며 "조만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약 7원가량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의결 직후 바로 적용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에너지 업계에선 한전이 지난해 약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부분을 고려해 적자 해소를 위해 최소한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오전 당정협의 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가 예정됐지만, 전날 오후 갑자기 취소 후 인상안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당정협의가 급작스럽게 취소된 데는 전날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이 신임 산업부 2차관으로 임명되는 등 전기요금 관련 문책성 인사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수급난이 벌어지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문제는 1년 넘게 이어져왔다. 이미 예견된 문제임에도 불하고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부처 간 조율 미숙과 대국민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인사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요금 결정권' 쥔 정치권, 에너지 정책 개입…한전 사장에 사퇴 압박도
문제는 대외 변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에 정치권이 너무 깊게 개입하면서 에너지 위기 대응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경제 위기 속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요금 인상이 고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전기요금 인상 폭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시사했다.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기재부와 천문학적 적자로 인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존립을 염려하는 산업부 간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노골적인 정치적 이슈와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앞두고 감사원의 한전공대 감사와 한전 내부 태양광사업 비리 등이 도마에 오르더니 급기야 정승일 한전 사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졸속 탈원전으로 (한전이) 26조원 손실을 입을 때 한전 사장은 뭘 하고 있었냐"라며 "국민에게 손 내밀 때는 염치 있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 그런 노력도 못 한다면 자리를 내놓기 바란다"고 정 사장을 직격했다. 선(先) 자구책‧후(後) 요금인상 기조를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읽힌다.
한전은 20조원 이상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향후 5년 안에 약 20조원을 절감하겠다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여당 내부에서 이같은 자구안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여의도 남서울본부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건물 등 부동산 매각 추진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일 쇼크 이후 최대 에너지 위기…'빅스텝 인상' 사전 시그널 필요
전문가들은 한전의 자구책 추진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오일 쇼크 이후 최대 위기라 불리는 현 국면에선 '빅스텝 요금인상'을 통해 근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2분기에 ㎾h당 7원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올해 50원 인상안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날이 더워지면서 국민들이 슬슬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지금 두 자릿수 이상 요금 인상으로 사전에 가격 시그널을 보내지 않으면 냉방비 폭탄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원자재 가격과 바로 연동이 되는 에너지 비용은 소비자 요금에 즉시 반영해줘야 절약의 효과가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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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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