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살랑이는 줄기가 네 털 같아, 곁에 있어 줘 고마웠어! [책&생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는 하나뿐인 내 친구를 잃었어.
네가 하늘로 간 후 내 세상은 흑백이 되었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네가 그리웠어.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꺼내입은 스웨터의 보슬거리는 털이 마치 네가 날 간지럽히는 것만 같았어.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꽃, 바람에서 반려견 모습 찾아
반려동물 키우기 일상인 시대
이별 대면할 용기 주는 이야기
나에게도 강아지가 있었어
민소원 글·그림 l 다정다감 l 1만4000원
나는 하나뿐인 내 친구를 잃었어. 네가 하늘로 간 후 내 세상은 흑백이 되었어. 엄마가 해 주는 맛있던 밥도 이제는 맛을 모르겠고, 아빠가 사 준 장난감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너를 발견했어! 화단에 있던 노란색 꽃, 그건 기다랗고 동그스름한 너의 엉덩이에 붙어 있던 노란색 꼬리 같았어. 노란색을 따라가다 보니 우리가 자주 가던 한강이 나왔어.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결, 그 바람 속에서 너의 무늬가 보였어. 그렇게 하늘색과 노란색이 함께 있으니 꼭 너와 함께 있는 것 같았어.
밥 속의 붉은 콩을 봤을 때, 빨갛고 귀엽던 너의 발바닥이 생각났어. 같이 걷던 길거리의 붉은 신호등에서는 너의 발바닥에 있던 작은 동그라미 모양을 떠올렸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네가 그리웠어. 놀이터에 가서 놀아도 전혀 즐겁지 않았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왔어. 나무줄기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꼭 너의 털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어.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꺼내입은 스웨터의 보슬거리는 털이 마치 네가 날 간지럽히는 것만 같았어. 봄에 나간 해변가에서 바다에 손을 담그니 바닷물이 너의 혓바닥과 비슷하다고 느꼈어.
시간이 지나도 난 여전히 네가 그리웠어. 그렇지만, 이제 너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 한편에 잘 묻어 두기로 했어. 저물어 가는 주홍빛 태양에서 마지막으로 너의 눈을 보았어. 따뜻한 눈빛으로 차가운 나의 마음을 녹여주던 너의 큰 눈망울. 우린 영원히 함께야.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나에게도 강아지가 있었어>는 소중한 반려견을 잃은 아이가 슬픔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전체 가구 중 15%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아이가 자라면서 반려동물을 잃는 일을 겪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은 친구들이 있고, 언젠간 그 슬픔을 받아들이게 되리란 걸 아는 것만으로도 슬픔을 대면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코로나 격리 권고로 전환되면 ‘아프면 쉴 권리’ 사라지나
- 영국, 우크라에 크림반도 공격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제공
- ‘댓글공작 김관진’ 옆에 앉힌 윤 대통령 “군 골병” 또 전 정부 탓
- 김남국 ‘코인 의혹’ 핵심, ‘언제부터 무슨 돈으로 위믹스 샀나’
- 미-중 외교·안보 사령탑 전격 회동…기구 갈등 봉합, 소통채널 유지 합의
- ‘여자야 남자야?’ 댓글은 묻지만, 그는 그저 ‘존재’를 보여줄 뿐
- 어린 장손에도 밀렸던 ‘큰딸’ 제사 주재…‘장남 우선’ 판례 깼다
- [단독] 윤 대통령, G7 회의 뒤 문체·노동·복지부 개각할 듯
- 한국에 갇힌 오소리 2천 마리…감염병 사태 키울라
- 봄철 한정판 ‘청보리 밭멍’ 즐길 수 있는 곳 [E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