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경대산 ‘산짐승’ 시인에게는 서울도 자연

영월 활동 유승도 여덟번째 시집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 발간
자연 속 삶, 현실감 살린 일화 눈길

혹자는 유승도 시인을 ‘자연의 철학자’, ‘자연인’ 등으로 부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인이 스스로 한 말처럼 그를 ‘산에 사는 짐승’으로 부르고 싶다. 자신이 ‘수염 난 짐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짐승들보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같은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 병 사가지고 들어가던 친구 앞으로 절벽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 그들은 멧돼지를 잡아 거하게 먹고 마신다. 영월 망경대산에 사는 유승도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는 이전 시집의 연장선처럼 자연 속에 살아가는 현실성을 그려낸다.

자연 그대로, 인간 삶의 초점을 드러낸다. 산과 사람의 경계를 지우는 일이다. 삶과 죽음의 순환 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듯 ‘똥을 푸면서’라는 시에서는 “개의 경지는 되지 못하지만 똥냄새도 맡을 만하다”고 말한다. 산 사람의 삶을 그대로 표현하는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문득 일어나는 깨달음은 산등성이의 계절 변화와 함께 자연의 소리를 전한다.

시 ‘즐거운 죽음’에서는 죽은 고라니 다리를 물고 온 개가 좋아라 달려온다. “벼의 사체를 먹으며” 즐거워 한 시인은 “나는 죽어 누구에게 즐거움을 주려나”라고 고민한다. 자연은 시인의 스승이지만 이상향이 아닌 그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 속에 파묻혀 사니 좋겠네”라고 묻는 친구의 전화에 시인은 “서울도 자연인데 뭐/(중략)/사람이 자연인데, 그들이 만든 도시가 자연이 아닐 리가 없잖아”라고 이치를 전한다.

지구 최강의 생명체인 ‘곰벌레를 위한 시’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운석이 건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또 긴 잠에 들은들 어떠랴”라고 느긋하게 얘기 한다. 곰벌레는 행동이 굼뜨고 느리지만 얼려도, 굶겨도, 치명적인 방사선을 쪼여도 죽지 않는다. 시인의 모습을 닮아 있다.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