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제도 손질] 바람에 날아온 농약 때문에 인증 취소?…구제기회 확대
드론 등 사용 항공방제 늘어
비의도적 농약 오염도 증가
요건 갖추고 재심사 요구땐
인증기관 반드시 수용해야
유기가공식품 등 관련 업체
과도한 행정처분 기준 개선
앞으로 친환경농산물의 비의도적 농약 오염에 대한 재심사가 의무화된다. 친환경농축산물 유통·판매자 등의 행정처분 기준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무농약원료가공식품도 일반 원료를 5%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아 개정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10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에서 자주 제기됐던 건의사항을 반영해 친환경농업 확산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억울한 비의도적 농약 오염…구제 기회 확대=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농업의 중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친환경(농축산물·취급자·가공) 인증 취소 건수는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2022년도 유기식품 등 인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인증 취소 건수는 2385건으로 2020년(1658건)보다 44%가량 증가했다.
농업계에선 이같은 친환경농업의 위축을 막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비의도적 농약 오염에 관한 문제였다. 최근 드론 등을 사용한 항공방제가 증가하면서 일반 농지에 살포한 농약이 바람에 의해 친환경농산물 재배 농지로 유입되는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취소되는 등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사전 구제 기회를 넓혔다. ▲농가가 바람에 의한 흩날림 또는 농업용수로 인한 비의도적 오염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한 경우 ▲인증기관이 심사 오류를 인정한 경우 ▲농관원이 심사 오류를 확인한 경우에는 인증기관이 반드시 농가의 재심사 요구를 수용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도 농가가 인증심사 결과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요건이 없어 인증기관의 재량으로 재심사 여부를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시행규칙 개정에 앞서 지난해 10월 비의도적 농약 오염 확인 방법과 행정처분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매뉴얼을 관계기관에 보급하고 재심사 확대를 우선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친환경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 농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농약 오염 문제였다”며 “이번 (재심사 확대 등) 조치로 부당함을 호소하는 농가가 비의도적 농약 오염을 입증하는 창구가 마련되고 인증 취소를 둘러싼 인증기관과의 해묵은 반목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친환경농축산물 가공식품산업 활성화 도모=개정 시행규칙엔 친환경농축산물 유통·판매자와 유기가공식품·무농약원료가공식품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친환경농축산물 유통·판매자 같은 취급자와 가공식품업체에 원재료 점검·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축산물 인증품에서 고의나 과실이 아닌 비의도적인 요인으로 합성농약 성분이 검출되거나 동물용의약품 성분이 허용 기준의 10분의 1만 초과 검출돼도 행정처분을 내렸다. 1·2차 위반 땐 시정 조치, 3차 위반 땐 취급자·가공 인증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비의도적인 농약 검출로 인증 취소 처분까지 받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친환경농축산물을 많이 취급·가공할수록 농약 등이 검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데다, 친환경농식품의 유통·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비의도적인 요인으로 친환경농축산물 인증품에서 농약 등이 검출됐을 때 취급자나 가공식품업체가 시정 조치를 이행하면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인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취급자 등의 고의나 과실로 농약 등이 검출된 경우엔 1차 위반에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리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아울러 무농약원료가공식품도 유기가공식품처럼 일반 원료를 전체 원료 함량의 5%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기존에 무농약원료가공식품은 원료의 95% 이상을 무농약·유기 원료로만 쓰고, 첨가물·가공보조제는 5% 이내로 사용해야 했다. 일반 원료는 쓸 수 없다보니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처럼 인증받은 원료가 없는 경우엔 가공식품을 제조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임에도 상업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품목에 한해 일반 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농약농산물은 유기농산물보다 생산량이 2.5배 많은 만큼 소비 확대를 위해 가공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원료 사용을 통해 무농약원료가공식품 제조가 용이해지고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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