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규제 ‘범벅’…손발 묶인 지자체 ‘한숨’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도입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명함에 고향기부제 문구를 넣는 것도 정부는 기부 강요처럼 비칠 수 있어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서 "모금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특히 어르신들이 기부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안내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 수백만원대에 불과
기부창구 제한도 불만 목소리
제도 활성화 위해 법개정 시급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도입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당초 고향기부제는 지방소멸의 새 해법으로 주목받았다.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라도 기부를 유도할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적극적 의지만 있으면 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재원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제도가 온갖 규제로 점철돼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는커녕 사기마저 떨어트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고향기부제가 최근 난항을 겪으면서 소멸위기지역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향기부제의 지역간 모금 실적은 천차만별이었다. 자료를 공개한 137곳 지자체 가운데에는 전북 임실군(3억1476만원, 3월말 기준)처럼 수억원대 실적을 올린 곳이 있는 반면 부산 중구(159만원), 충남 계룡시(331만원) 등 제도 도입 효과를 전혀 못 보는 곳도 적지 않았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지자체 가운데 모금을 사실상 포기한 지자체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구가 1만5000명으로 소멸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온 경북의 한 지자체는 “(모금을 위한) 돌파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초 반짝 기부가 이어지며 4월말 기준 6000만원 모금을 기록했지만 최근엔 감소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출향인구도 5000명대로 전국 최하위권이어서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기부를 독려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규제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홍보방법이 크게 제한돼 있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신문·방송 등 일부 광고매체를 이용한 홍보만 하도록 허용할 뿐 전화·서신·문자메시지는 물론 향우회 등을 통한 기부 권유도 제약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명함에 고향기부제 문구를 넣는 것도 정부는 기부 강요처럼 비칠 수 있어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서 “모금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기부 창구도 한정적이다. 현행법은 지자체장이 정한 금융기관과 정보시스템, 지자체 청사나 공개된 장소에서 기부하도록 규정하는데 시행령은 이를 금융기관과 정보시스템으로 더욱 좁혔다. 이에 지자체들은 제도 빈틈을 찾는 데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공항에 입점한 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항 기부가 가능하게 했다. 운신의 폭이 좁은 우리 지자체와 달리 일본에선 고향납세 자판기까지 등장해 기부 편의성을 높였다.
또 다른 걸림돌은 지자체에 쏠리는 업무 하중이다. 고향기부금 모금 최상위권으로 알려진 전북의 한 지자체는 담당직원이 4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기부금 사용처 발굴부터 답례품 선정과 등록, 정산까지 도맡으며 한계를 호소한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특히 어르신들이 기부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안내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처럼 기획·홍보·마케팅 등에 역량이 있는 민간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하고 민관 협력을 도모하자는 대안이 제기되지만 이 역시 법이 가로막고 있다. 현행법이 기부 플랫폼(정보시스템) 위탁 운영 주체를 정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으로 한정해서다. 함보현 법률사무소 생명 변호사는 “기부 창구를 법률보다 시행령에서 더 좁힌 점, 민간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규제 중심이 아니라 지역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법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