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농촌 브랜드 경계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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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와 비빔밥은 개성 강한 재료들이 어울려 새로운 맛을 창출한 음식이다.
이런 협업은 대부분 자본력을 지닌 기업이 주도하며, 명성 높은 특정 지역농산물 브랜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최근 관계인구 형성과 상생발전을 위한 지역간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각 지역에서 보유한 브랜드간 협업은 부가가치를 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가 될 수 있다.
협업 가능한 브랜드가 넘쳐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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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와 비빔밥은 개성 강한 재료들이 어울려 새로운 맛을 창출한 음식이다. 마케팅 시각에서 보면 ‘컬래버레이션(협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 이상의 브랜드가 만나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소비문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국내의 한 치킨 브랜드는 이종업계의 식음료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해 ‘치토스 치킨’ ‘오징어짬뽕 치킨’ ‘달콤라떼 치킨’ 등 독특하고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막걸리에 사이다 맛을 더한 ‘칠성막사’를 비롯해 과자와 막걸리를 결합한 ‘죠리퐁당’ 역시 이종업계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예다.
한편 지역농산물과 연계한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외식업체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창녕 갈릭버거’와 ‘보성 녹돈버거’를 출시했다. 두 제품은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로, 전국 최대 마늘 산지인 경남 창녕과 녹차로 명성이 높은 전남 보성의 특산품이 결합된 사례다. 이밖에 ‘고창 수박주스’ ‘무안 양파빵’도 같은 취지에서 탄생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월 경기 서안성농협은 자체 브랜드 <안성 놀부쌀> 공급을 위해 종합식품외식기업 놀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놀부’라는 같은 브랜드명에서 착안한 기업과 지역브랜드간의 이색적인 협업이다. 외식기업은 쌀을 구매해 전국 자체 가맹점에 공급하고, 안성지역 농가는 안정적인 매입처를 확보해 지역브랜드를 보다 널리 알릴 기회를 얻어 서로 윈윈(Win-Win)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농산물 컬래버레이션은 식품업과 관련된 사례가 많다. 이런 협업은 대부분 자본력을 지닌 기업이 주도하며, 명성 높은 특정 지역농산물 브랜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기업이 주도하는 협업은 대상 지역과 상품 기한이 한정되고 지역농산물이 보조 브랜드로만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협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농업·농촌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협업을 추진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지역 내 또는 지역간 협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관계인구 형성과 상생발전을 위한 지역간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각 지역에서 보유한 브랜드간 협업은 부가가치를 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가 될 수 있다. 가령 전남 신안의 보랏빛 ‘퍼플섬’에서 경기 안양 또는 충북 영동의 포도가 재배된다면, 브랜드 홍보는 물론 관광수익 증대 같은 동반 상승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농업·농촌이 주도하는 협업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인지도 높은 소수 브랜드만이 아닌, 다양한 브랜드 활용 방안도 모색해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농산물 브랜드는 5000개에 육박한다. 협업 가능한 브랜드가 넘쳐나는 셈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뿐 아니라 이종업계·유명인·예술가 등으로 확대한다면 대상이 되는 브랜드 범위는 한층 넓어질 수 있다. 이종업계간 컬래버레이션이 동종·유사 업계보다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활로를 개척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제 우리농산물과 지역브랜드가 구축한 이미지와 가치를 확대·강화할 수 있는 ‘브랜드 경계 넘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때다.
김영만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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