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발등 찍은 화성 ‘송산농협’... 농업용 '면세유' 간 큰 횡령
2억 상당의 면세유 17만3천ℓ 꿀꺽... 조합장·조합원 120명 불구속 송치

지난해 불거졌던 ‘송산농협 임·직원 면세유 횡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약 17만3천ℓ, 금액으로만 2억원 상당이다.
농·임·어업인 영농 부담을 줄이기 위한다는 면세유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일부 농협 임·직원 배만 불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화성서부경찰서와 송산농협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말께 위탁선거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한기연 송산농협 조합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또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송산농협 임·직원과 조합원 총 120명도 함께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한 조합장과 임·직원 5명은 면세유 지급대상이 아닌 이들에게 17만3천ℓ 상당을 부정 유통한 혐의다.
특히 한 조합장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면세유 3만6천ℓ 상당을 일부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합원 115명은 면세유 지급대상이 아닌데도 부정 수급하거나 자신에게 할당된 면세유를 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혐의를 받는다.
앞서 송산농협은 지난해 5월 실시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수년간 유류 관련 업무를 맡아 오던 직원 A씨가 1억2천여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송산농협 관할인 경기지역본부 검사국에 감사를 지시했고, 검사국은 송산농협에서 인수인계 자료를 확보하는 등 감사를 벌였다.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송산농협은 이어 같은 해 6월 화성서부경찰서에 A씨를 고소했다. 농협 준법감시매뉴얼은 직원의 횡령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형사 고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고소장을 토대로 관련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데 이어 두 차례에 걸쳐 농협중앙회와 송산농협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씨뿐만 아니라 조합장과 임·직원, 조합원 역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검찰은 아직 이들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지역 농업인 이모씨(50대)는 “면세유가 특정세력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과거부터 비일비재했다”면서도 “농협 전체와 조합원이 피해를 입는 일인데, 왜 자꾸 반복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한 조합장은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상 검찰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같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986년 도입된 면세유는 농·임·어업인 영농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석유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환경세, 교육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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