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5대 은행 점포 통폐합 달랑 '3건'… 폐쇄도 눈치보는 이유는

박슬기 기자 2023. 5. 1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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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그동안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던 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는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저하된다는 우려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에 기존 영업점을 닫으려면 대체 점포를 마련하라고 압박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선 총 3곳의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앞서 5대 은행이 올 1~4월 총 83곳의 점포를 폐쇄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은행 별 통폐합 점포 수를 보면 KB국민은행이 65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0곳 ▲우리은행 7곳 ▲NH농협은행 1곳 순으로 나타났다.

올 5월부터 연말까지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에서 각각 1곳의 점포가 사라진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8일 1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체 영업점은 793개로 올 들어 총 66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며 "이후 점포 통폐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6월12일 국군재정관리단 출장소를 없애고 영업점으로 이전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당 출장소는 일반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라 국군재정관리단의 업무만 보는데 다음달부터 해당 업무를 본점 영업부로 이관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 7월 전북에 위치한 익산중앙출장소 1곳을 익산공단 영업점으로 통폐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점포를 통폐합한 곳은 아예 없고 오히려 지난달 출장소 하나를 신설했다"며 "출장소 1곳씩 신설·폐쇄되다 보니 결국 전체 점포 수는 지난해말과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1월과 2월 총 7곳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뜻에 따라 향후 점포 통폐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임종룡 회장은 지난 3월30일 영등포시니어플러스 점포 개점식에서 3대 상생금융 원칙을 발표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에게 힘이 되는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도한 점포 통폐합을 하지 않고 고객 친화적인 특화 채널을 지속해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올 1~4월 1개 점포 문을 닫았지만 3개 점포를 신설했으며 향후 점포 신설 및 통폐합 계획은 현재 수립 중이다.


4년 새 은행 점포 718개 사라졌는데


이는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갈수록 줄자 비용점감을 위해 급격한 점포 페쇄에 나섰던 은행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4014개로 2018년 말(4732개) 대비 718개나 급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올해 들어 점포 통폐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령층 고객과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 소외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급격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에는 은행이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은 점포 폐쇄 결정 전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을 조정하거나 점포 폐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점포폐쇄 후 금융소비자가 큰 불편 없이 서비스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내점 고객수나 고령층 비율 등을 고려해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소규모점포나 공동점포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점포 폐쇄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고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은행들이 이미 점포 통폐합에 적극 나서면서 정리해야 할 점포는 이미 문을 닫아 더이상 폐쇄할 지점이 많이 없다는 측면도 있다"며 "금융당국도 은행에 금융 취약계층 포용 등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더이상 점포를 대폭 줄이기엔 부담이 따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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