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추방 폐지 임박에 미국 행 이민자 급증…미국 “국경개방 아냐”

미국 정부의 불법 입국 망명 신청자 즉각 추방 정책 종료에 맞춰 중남미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 지대로 대거 몰리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해당 정책 종료가 국경 개방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현지 시각 11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 국경이 열린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미 (남부 국경의) 특정 구역에서 많은 이주민을 접촉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인력과 시설, 우리와 긴밀히 협력하는 지역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불법 입국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이 42호 폐지 이후에는 국경이 개방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미국에 도착한다고 해도 바로 추방될테니 "미국행에 생명과 평생 모은 돈을 걸지 마라"고 당부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한 불법 입국 망명 신청자 즉각 추방정책(42호 정책)을 현지시각 12일 0시를 기해 폐지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42호 정책이 폐지되면 기존처럼 이른바 '8호 정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는 미국에 망명하려면 온라인 입국 신청과 후원자 확보 등 신원 확인을 위한 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거나 무단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왔다가 적발되면 곧바로 본국으로 추방 조처할 방침인데, 42호 정책 때는 추방돼도 다시 입국을 시도할 수 있었던 8호 정책에 따르면 최소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되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미국 정부는 중남미 국가 중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의 경우 극도로 혼란한 자국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해, 한 달에 최대 3만 명의 인도주의적 입국 요청을 받기로 한 상황입니다.

이외 국가의 이민자는 국경 지대 또는 멕시코시티에서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망명 신청을 해야 합니다. 앱으로 신청할 수 있는 하루 최대 인원은 1천 명이라고 미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숫자는 현재 미국으로 입국하려고 멕시코 등에 대기 중인 이민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원입니다.

미국 정부는 불법입국자 증가에 대비해 남부 국경 지역에 2만 4천 명의 법 집행 인력과 함께 1만 1천 명의 국경순찰대 코디네이터도 새로 배치한 상태입니다.

멕시코 정부 역시 북부 국경 주변에 이민청과 국가 방위대 인력을 증편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