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남아공, 러에 무기·탄약 제공"…남아공 대통령 "조사 중"
기사내용 요약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 '무기 제공' 의혹 주장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12월 사흘 동안 케이프타운 인근 해군 기지에 비밀리에 정박한 화물선을 통해 남아공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했다고 11일(현지시간) 비난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남아공 현지 매체들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는 "미국은 시몬스타운 해군 기지에 있는 러시아 선박에 장비가 적재된 후 러시아로 수송되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브리지티 대사의 발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의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한 의원이 무기와 탄약에 대해 묻자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 문제는 조사 중이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을 거부했다.
야당 지도자인 존 스틴휴이슨은 "남아공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상해를 입히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을 적극적으로 무장시키고 있는가"라고 대통령에게 물었다. 스틴휴이슨은 또 라마포사 대통령이 "전쟁 무기"가 러시아 배에 실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었다.
탄약 공급은 전쟁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러시아의 민간용병그룹인 바그너는 지난 주 우크라이나에 있는 용병들이 심각한 탄약 부족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평했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11일 늦게 발표한 성명에서 '레이디 R(Lady R)'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선박이 남아프리카에 정박한 것을 인정했지만, 정박 장소와 목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또 미국 대사를 비난하고, 미 정보기관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사를 돕기 위해 그들이 가진 모든 증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이디R과 관련 러시아 회사(Transmorflot LL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군사장비와 무기 운송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브리지티 대사는 이날 오전 남아공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동안 러시아를 무장시켰다는 주장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남아공의 중립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브리지티 대사는 남아공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미국)가 주목한 것 중 하나는 2022년 12월6일부터 8일까지 시몬스타운 해군기지에 정박한 화물선"이라며 "러시아로 돌아갈 때 시몬스타운에 있는 선박에 무기와 탄약을 실은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브리지티 대사가 인용한 시한 내에 레이디 R호가 시몬스타운 해군기지에 정박한 것을 독자적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선박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은 지난해 12월 초 남아프리카 해안에서 레이디R호를 추적했지만, 같은해 12월5일에 교신 신호가 끊겼다. 선박은 국제법에 따라 해상에서 트랜스폰더(선박 위치 발신 장치)를 켜야 한다. 밀수업자들은 종종 그들의 움직임을 숨기기 위해 트랜스폰더를 끄는 경우도 있다.
AP가 입수한 위성사진은 레이디R호가 다음날(12월6일) 해군기지에 정박해 12월8일까지 그곳에 남아있는 것과 같은 길이, 색상, 배치를 보여줬다. AP는 또 해군 기지에 있는 배의 사진을 입수했는데, 영어와 러시아어로 선미에 선명하게 보이는 '레이디R'이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레이디R호는 2022년 12월9일 출항했고 트랜스폰더 신호는 12월10일에 다시 나타났다. 이후 올해 2월22일 흑해에 있는 러시아의 노보로시스크 항구로 돌아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월 남아공의 한 야당은 시몬스 타운 기지에 정박하는 "미스터리"한 러시아 선박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인 남아공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남아공은 지난 1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서방을 비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몇 주 후 남아공은 러시아와 중국 해군의 전함이 동쪽 해안에서 훈련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 러시아 해군은 자국 해군의 주력함 중 하나인 고쉬코프 호위함을 데려왔고, 그 훈련은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들과의 남아프리카의 관계를 긴장시켰다.
남아공 해군도 당시 이 훈련에 참가했고 "이미 번성하고 있는 남아공, 러시아, 중국 사이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또한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와 관련된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체포 대상이 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해 방문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외교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의 정상 회의를 위해 오는 8월 남아공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아공은 국제형사재판소의 회원국으로서 푸틴을 체포할 의무가 있다. 남아공 정부는 러시아 지도자를 체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대신 ICC를 탈회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라마포사 대통령실은 지난달 이러한 위협을 첱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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