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카톡 감옥’에서 조용히 탈옥하기
세상 소식을 빨리 들어야 하는 직업 때문에 잠잘 때도 카카오톡 알림음을 켜놓고 지냈는데 새벽 4시경 “카톡, 카톡, 카톡” 소리에 몇 번 잠을 설친 뒤로는 무음 처리했다. 급한 일인가 싶어 잠을 깨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번번이 아니었다. 사람을 100명 넘게 모아놓은 단톡방에서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 멤버가 아름다운 일출 사진과 함께 인생 명언을 구절구절 띄웠다. 그 단톡방을 나오고 싶어도 ‘OOO님이 나갔습니다’라는 알림이 뜨니 미안해서 나갈 수도 없었다.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의 단체 채팅방(단톡방)은 성인 94%가 이용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화와 정보를 나누는 편리함 때문에 단톡방을 1인당 평균 6.5개 이용할 정도로 보편적이다. 반면 단톡방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사람도 82%가 넘는다. ‘늦은 시간에도 알람이 쉬지 않고 울려서’ ‘그냥 보기만 하려는데 답장을 요구받아서’ ‘머무는 것이 곧 의리로 비쳐지니 퇴장하기 곤란해서’ 등이 이유다.
▶원하지 않는 메시지가 쏟아지는데 단톡방을 나가기도 힘드니 ‘카톡 감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카톡 감옥’은 훨씬 심각한 사이버 학폭 현장이다. 단톡방에 친구를 초대해 집단으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떼지어 카톡)가 일어나고, 그걸 못 견딘 피해 학생이 나가기 버튼을 눌러 단톡방에서 나가면 또다시 초대해 더 심한 욕을 퍼붓는 ‘카감’(카톡 감옥)이 벌어진다.
▶카톡 단톡방에서 ‘OOO님이 나갔습니다’라는 알림 없이 조용히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카카오톡에 대한 오랜 민원이었다. 드디어 그 기능이 도입됐다. “눈치만 보던 카톡 감옥, 드디어 탈출하세요” 등의 제목과 함께 ‘조용히 나가기’ 사용법이 블로그와 유튜브에 주르르 뜬다. 메타의 ‘와츠앱’, 중국의 ‘위챗’ 등은 일찌감치 가능했는데, 카카오는 기획자와 개발자들 간에 이 기능을 도입할지를 놓고 치열한 내부 논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서비스 도입이 늦어졌다고 한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단체 채팅방에 초대받는 불편함도 덜게 됐다. 단톡방에 초대받을 때 수락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조용한 퇴장이 가능해졌으니 불필요한 단톡방을 정리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리 전문가 윤선현씨는 단톡방도 물건 정리하듯 ‘필관목행(필요·관심·목적·행복)’ 잣대로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불필요한 메시지가 쌓이거나, 마음이 불편한데도 눈치 보느라 남아있던 단톡방을 싹 정리해서 카톡 메시지에 시간 뺏기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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