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음악이 너무 많아
음원 스트리밍 및 유통 회사에서 일을 했다. 회사에 다니며 가장 놀랐던 것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이메일 알림이었다. 적게는 수십 통, 많게는 백 통 넘게 음원 등록을 위한 메일을 받았다. 음원 파일, 소개 글, 공개 일정을 확인해 제 시간에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자의 업무였다. 매일 성실하게 음악을 들어왔노라 자부하던 나였지만 쏟아지는 물량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대중음악 말고도 음악이 많다. 음원 사이트에서 임의로 나눈 구분은 무의미할 정도다. 예컨대 클래식, 국악, 재즈, 뉴에이지, 월드뮤직, CCM, 어린이/태교, 종교음악 식의 구분 말이다. 애플은 아예 클래식 분야를 독립시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다시 세분화했다. 재즈와 월드 뮤직도 그 아래 더 많은 분류가 존재한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뉴에이지, 명상을 위한 백색 소음도 음악이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도 음악이다. 일상 속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 음악이 필요하다. 이를 기능성 음악이라 부르는데, 이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자면, 지난해 기능성 음악이 1200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는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대중음악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은 고작 80억 회 스트리밍되는 수준에 그쳤을 정도다.
요즘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약에 힘입어 조금의 공식만 알면 기능성 음악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인간 작곡가가 3일 동안 노래 하나를 만들 동안 인공지능은 432곡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CEO인 루시안 그레인지는 “너무 많은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범람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음악 공유 및 창작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다. 음악 통계 업체 루미네이트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1억5800만 곡의 노래가 등록돼 있다. 그런데, 그중 3800만 곡은 단 한 차례도 재생되지 않았다고 한다. 발표되는 노래는 많지만, 동시에 누구도 듣지 않는 노래가 쌓여가는 공급 과잉 시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음악이 필요한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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