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 흔들리는 사법부… 조부 김병로가 개탄할 일”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당신이 세운 사법부 독립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탄할 겁니다.”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金炳魯) 평전’ 출판 기념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나의 할아버지 김병로는 민주주의 보루인 ‘사법부 독립’이라는 다섯 글자를 분명하게 대한민국에 각인시킨 인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는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역임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쓴 ‘가인 김병로’가 이번에 일본어판으로 나왔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요즘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이란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근 몇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가 특정 정파의 입김에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보면 일부 판사들이 법률 원칙에 의해 재판하지 않고 개인적 공명심에 입각해 엉뚱한 판단을 한다”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을 골라 대법원장에 임명하고는 사법 개혁이라고 한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조부 슬하에서 자랐다. 1963년 가인이 야권 통합의 구심점이 되자 그의 비서를 지냈고, 임종 전에도 약 3개월간 간병하며 지켰다. 그는 “할아버지는 조선이 국권을 빼앗길 위기에 의병 항쟁에 참여했고, ‘나라를 찾으려면 실력을 키워야겠다’며 유학길에 올랐다. 학비도 없는 데다 폐결핵까지 걸려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에) 돌아오는 집념으로 메이지대학을 졸업했다”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치적 사건과 관련해 법원 결정에 불만을 표하자, 김병로 선생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일갈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법을 지켜야 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는 사법부 독립을 만든 게 할아버지”라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윤덕민 주일대사는 “김병로 선생의 호인 가인은 ‘길을 헤매는 사람’이란 의미”라며 “나라를 잃고 길을 헤매는 시대라며 그는 스스로를 가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길을 헤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길을 열어간 인물”이라고 했다. 행사에는 독립 운동을 지원하고 가인과도 인연이 깊었던 일본인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1880~1953)의 외손자인 오이시 스스무도 참석했다. 후세 다쓰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박열 등 많은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공로로 국가보훈처로부터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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