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가스公의 희한한 흑자 계산법
무려 12조원이 손실로 안잡혀
“1분기 영업익 5884억 냈다”
한국가스공사가 1분기(1~3월) 58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가스공사가 지난겨울 국민에게 난방비 폭탄을 날려 수천억원 이익을 남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한전과 마찬가지로 적자투성이다. 해외에서 가스를 사오는 비용보다 싼값에 가스를 공급해 왔는데도 가스공사가 대규모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건 미수금이라는 회계처리 방식 덕분이다.
11일 가스공사는 1분기 매출이 17조9299억원으로 작년보다 28.3%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5.5% 감소한 5884억원이다. 가스공사는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가스 공급 비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했다. 당기순이익은 139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자본 잠식에 빠진 가스공사 실상과 괴리가 크다. 가스공사가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미수금’ 계정을 둔 독특한 회계 처리 방식 때문이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일종의 외상값이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LNG를 100원에 수입해 50원에 파는 경우 50원 손해 보는 것이지만 가스공사는 이를 손실이 아닌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해 도매 요금을 4차례 걸쳐 42% 인상했다. 그런데도 가스공사 미수금은 3월 말 기준으로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말 1941억원이었던 미수금은 국제 가스 가격 급등으로 2021년 1조7656억원, 지난해 말 9조원으로 폭증했다. 단기 차입금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따른 이자 비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3억원 늘어났다. 겉으론 영업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손실이 늘어 경영 부실화가 상당한 것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이어 가스요금도 인상할 방침이다. 요금 인상에 앞서 가스공사는 12일 자산매각, 비용 절감 등을 담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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