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박람회 찾은 조선 궁중악사, 지금의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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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을 자극하는 EDM 비트 사이로 태평소 가락이 뚫고 들어왔다.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1893년 시카고만국박람회에서 조선의 궁중음악을 최초로 세계에 알린 궁중악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0여 명의 궁중악사가 시카고만국박람회에 참석한 건, 당시 산업혁명 전인 대한제국이 보여줄 문물이 전통을 담은 궁중 문화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궁중악사들은 배로, 대륙횡단열차로 무려 한 달 반에 걸쳐 시카고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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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 우리 궁중음악 처음 선봬
- 고유성 갖는 융합공연 영향 받아
심장박동을 자극하는 EDM 비트 사이로 태평소 가락이 뚫고 들어왔다. ‘흥’이 솟구쳤다. 국제아카데미 20기 7주 차 강연에 참석한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 쳤다. 강연장은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10일 오후 롯데호텔 부산 3층 펄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0기 7주 차 강연 장면이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는 ‘음악으로 풀어낸 엑스포 역사와 대중음악’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대표는 전통악기인 피리로 클래식과 융합공연을 선보이는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무대로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는 음악가이자 기획자이며 작가이다.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1893년 시카고만국박람회에서 조선의 궁중음악을 최초로 세계에 알린 궁중악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0여 명의 궁중악사가 시카고만국박람회에 참석한 건, 당시 산업혁명 전인 대한제국이 보여줄 문물이 전통을 담은 궁중 문화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궁중악사들은 배로, 대륙횡단열차로 무려 한 달 반에 걸쳐 시카고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궁중악사들은 조선을 알리기 위해 세계 열강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의 ‘조선관’에서 조선의 악기를 선보이고 음악을 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음악은 호평을 받아 당시 외신에 실리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가 많은데, 최초로 세계에 우리 음악을 선보인 사람들이 궁중악사라 할 수 있다”며 “그 밑거름이 지금 BTS로 대표되는 K팝 열기로 이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궁중악사의 행보는 김 대표의 공연에도 영향을 줬다. 김 대표는 궁중악사가 만국박람회에 참석한 지 120년 된 2013년 미국 돌비사의 초청으로 바이올린 연주자와 협연해, 피리로 쇼팽과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무대에 섰다. 클래식과 전통악기의 첫 융합공연이었다. 김 대표는 “이때 대중에게 음악을 쉽고 편안하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 것을 버리는 퓨전 형식이 아니라,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융합공연을 이때부터 기획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체성 있는 공연에 몰두하기 위해 25년간의 서울 활동을 접고 고향인 부산으로 2018년 돌아왔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6회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다. 원하는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직접 소리연구회 소리숲 기획사를 만들었고, 피아노 바이엘처럼 피리도 교본을 만들기 위해 직접 출판사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인문학교양서적 ‘음악산책’을 발간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공연에서 경기 남도 서도민요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즉석 ‘보컬 교실’을 열기도 했다. 들숨과 날숨으로 박자를 세는 통속민요의 호흡법을 설명하며 참가자들에게 직접 민요 부르기 ‘꿀팁’을 전했다. 공연 말미 임금이 궁궐 밖으로 나갈 때 연주하는 태평소의 ‘대취타’ 등도 직접 선보였다. EDM과 함께 태평소를 연주할 때는 직접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점잖은 관객들’의 흥을 유도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 참가자의 요청으로 ‘주 종목’인 피리 연주를 선보였을 때는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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