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는 비정규직 44명의 힘겨운 노동일기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5.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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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2022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2172만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815만 명이다.

'일복 같은 소리'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1년부터 해마다 모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박하고 통렬한 글이 일터별로 담겨 있다.

임금노동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니 우리 주변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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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비정규직 노동자 44인 지음/도서출판 동녘/1만8000원

- 같은 공간서 동일한 일 하지만
- 기간제·프리랜서 등 별칭 낙인
- 노동자 3명 중 1명 이상 해당
- 공기관·스타트업서도 부당 대우
- 우리사회의 민낯 생생히 담아

당신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이 질문의 답을 수치로 알아보자. 2022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2172만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815만 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도서출판 동녘 제공


날마다 출근해 생계를 꾸리는 ‘평범한’ 사람들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그들은 ‘기간제’ ‘계약직’ ‘촉탁직’ ‘파트타이머’ ‘사내하청’ ‘외주용역’ ‘프리랜서’ 등으로 일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카페 병원 마트 학교 식당 공장 공사장 교무실 방송국 주민센터 어린이집 주차장 등 거의 모든 곳에 있다. 그들의 생생한 노동일기가 눈길을 끈다.

‘일복 같은 소리’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1년부터 해마다 모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박하고 통렬한 글이 일터별로 담겨 있다. 주차도우미, 퀵서비스 기사, 방송작가, 맨홀점검원, 공장과 식당의 노동자, 돌봄교사, 요양보호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콜센터 상담원 등 직종과 경력이 다른 노동자 마흔네 명이 들려주는 적나라한 이야기들이다.

필진 마흔네 명 중 한 중년 여성의 수기에서 학교 급식실을 만나보자.

“자석파스를 몇 개 붙이고 출근했다. 일반 파스는 냄새도 나거니와 오늘처럼 탕수육을 하는 날엔 화끈거리는 파스가 튀김 열기를 몇 배로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튀김을 하느라 잊고 있던 통증은 조리가 끝나니 올라왔다. 이번 여름엔 가슴 밑이 헐어서 고생했다. 땀띠야 달고 살지만 점차 기후가 동남아처럼 변해가는 건지 여름에 튀김 요리만 하고 나면 헐어버렸다. 수건으로 덧대어 견디지만, 일을 하다 보면 수건마저 젖어 쓰라림이 다시 시작됐다. 이 고통을 끝내는 길은 방학을 이용해 쉬는 것뿐이다. 그러나 방학에는 일당제로 바뀌면서 월급이 나오지 않아 생계 걱정이 시작되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이 여성과 동료들은 200도로 끓는 기름에도 견딜 수 있게 미끄럼 방지 장화도 신어야 한다. 급식 시간에 차질이 없도록 화장실도 못 간다. 동료는 아픈 몸으로 급식을 끝낸 다음, 병원에 갔다. 의사는 요로결석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들은 화장실 가는 게 겁나서 물 한 잔 마음 놓고 못 마신다. 소변 참고 방광염에 걸릴지, 물 마시는 걸 참고 요로결석에 걸릴지 택해야 한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이 서 있는 장소는 모두 다르지만, 일하고 좌절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일하다 화상을 입어도 연고조차 없으며, 치료비 청구는 엄두도 못 낸다. 주차장과 콜센터 노동자들은 잘못한 것이 없어도 ‘회사를 대신해’ 사과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나마 합리적인 근무 환경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공공기관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에서도 월급과 수당, 비품 사용에서까지 미묘한 차별이 이어진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일’이 될 수 있다. 임금노동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니 우리 주변에도 많다. 그들에게서 한 번쯤은 들어본 사연이다. 아니, 있는 그대로 투박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은 현실을 날것 그대로 전해준다. 우리가 외면해 온 한국 사회의 진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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