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3] 나쁜 백성을 길러내는 나쁜 관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5.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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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 성룡(成龍)의 출세작 중 하나인 ‘사형조수(蛇形刁手·1978년)’를 우리는 “사형도수”라고 읽은 적이 있다. 악기인 징과 바라, 헝클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 조(刁)를 그와 비슷한 ‘칼 도(刀)’로 오독한 것이다.

마침 우리 한자 사전은 그 두 글자가 들어간 조도(刁刀)라는 단어를 ‘틀리기 쉬운 글자’라는 새김으로 올려놓고 있다. 둘의 모양은 매우 비슷해도 뜻은 전혀 다르다. ‘조’는 교활함, 간사함, 기만 등의 의미까지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그래서 나온 말이 ‘조민(刁民)’이다. 우리말 쓰임은 거의 없고, 중국의 용례는 매우 풍부한 단어다. 왕조의 통치 권력에 길들여져 순응만 하는 사람들을 순민(順民), 저항하는 이들을 폭민(暴民)이라 부르는 맥락과 같다. ‘조민’은 그 둘의 중간쯤에 있다. 말을 잘 들어 순종적인 사람, 드러내놓고 저항하다 체제를 뒤집으려 나서는 이들의 가운데다. 왕조의 명령에 제대로 따르지 않으며 사사건건 대들다가, 급기야는 조그만 말썽까지도 일으킨다. 이들은 왕조 권력을 통째로 흔드는 민란의 한 토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치 계층이 몹시 꺼리는 대상이다. 권력의 중심에서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주민들을 특히 경계했다. “험한 땅에서 나쁜 백성들이 길러진다(窮山惡水出刁民)”는 말까지 만들었다.

경찰을 여럿 살해한 사람을 영웅시하는 네티즌, 얼마 전 강력한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에 순응치 않고 저항하는 사람 등 요즘 중국의 ‘조민’ 출현이 아주 잦다. 전제주의 권력에 오래 눌렸던 사람들이 보이는 집단 반응의 하나다.

통치 권력의 핍박에 민간이 반기를 든다는 ‘관핍민반(官逼民反)’의 전통이 뚜렷한 중국이다. 따라서 조민을 길러내는 뿌리는 ‘험한 땅’이 아니다. 이들을 수탈하고 핍박하는 나쁜 관료가 주역이다. 중국에서는 그들을 조관(刁官)이라 적는다. 그 수가 퍽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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