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동결, 한전공대 출연금 축소… 한전 자구안 오늘 발표
2021~2022년 40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당초 발표한 비용 절감 20조원에 5조원 이상을 더한 추가 자구안을 12일 발표한다. 전 임직원 임금 동결과 함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을 줄이는 방안도 추가 자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4~6월) 전기 요금 인상을 앞두고 국민에게는 대규모 적자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복지부동하는 한전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추가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전은 2021년 5조8000억원,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 내놓은 자구안에선 직원의 임금 동결이나 핵심 자산 매각은 포함하지 않았다. 또 2031년까지 8000억원에 이르는 한전공대 지원액도 손을 대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한전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가스공사도 기존 14조원에서 1조원 이상 늘린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은 지난 3월 말 결정이 보류된 이후 한 달 반 만인 15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평균 244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12일 자산 매각과 임금 동결을 포함한 ‘자구노력 비상계획’을 발표한다. 지난해 5월과 8월 전력그룹사를 포함해 총 20조원에 이르는 자구안을 내놨지만, 고물가에 전기 요금 인상이라는 큰 부담을 져야 하는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컸다. 특히 한전 본사의 자구 계획 규모 14조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조원은 장부상 금액만 늘리는 자산 재평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그동안 외면했던 핵심 자산 매각, 임금 동결 등을 추가 자구책으로 넣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전공대 지원 축소
추가 자구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 축소가 포함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에 제출된 출연 계획을 기획재정부와 면밀히 검토해 최대한 적은 쪽으로 출연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한전공대 건물 공사를 2~3년 이상 연기해 공사비 지급을 늦추고, 계획된 건물도 필요성을 검토해 건설 여부를 다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자회사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는 가운데에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24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임금 동결, 알짜 부동산 매각도 ... 가스공사도 자구안
한전은 추가 자구안에 전 직원 임금 동결도 담는다. 우선 자회사를 포함해 차장급 이상 간부 8500여 명이 올해 임금 인상분 1.7%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동결한다. 4직급 이하 일반 직원 5만여 명의 경우 노사 합의 과정을 거쳐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노동조합에 소속된 일반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려면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개정 등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또 서울 여의도에 있는 남서울본부 건물은 매각하고, 양재동 한전아트센터는 임대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이들 시설은 지하에 변전소가 있다는 점을 들어 매각에 난색을 보였지만, 매각이 가능한 자산은 모두 판다는 원칙에 따라 자구안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현재 234곳인 지역 사업소를 통합해 170여 곳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14조원 규모 재무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던 가스공사도 자산 매각, 임금 반납 등이 포함된 1조원 넘는 추가 자구책을 내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사실상 손실인 미수금(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전과 같이 이를 손실로 계산하면 이미 자본잠식 상태일 정도로 재무 상황은 심각하다.
◇15일 전기 요금 인상 발표할 듯
당정이 전기 요금 인상의 전제 조건이었던 한전의 자구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이르면 15일 전기 요금 인상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요금 결정을 위한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15일 소집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당정협의회가 열려 전기 요금을 얼마나 올릴지를 결정한다. 전기 요금은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인상안을 결정하고 전기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이 고시하면 최종 확정된다. 변경된 요금은 고시한 다음 날부터 실제 적용된다. 전기 요금 인상 폭은 지난 3월 말 요금 인상 추진 당시 유력하게 거론됐던 kWh(킬로와트시)당 7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행 전기 요금(kWh당 146원)의 5% 정도 오르는 셈이다. 이 경우 하반기 한전 적자는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한전이 요청했던 올해 인상 폭인 kWh당 51.6원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올해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한전 적자는 연말까지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이 홍익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을 봐가며 연내 추가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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