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한 번 울리고 열 번 이상 웃기는… 사랑스러운 괴짜들과의 마지막 여행
영화 ‘가디언즈오브갤럭시(이하 가오갤)’는 사실상 마블의 서자였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뛰어난 수퍼히어로 한 명이 세상을 구해 온 다른 마블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엔 영웅이 없다. 오히려 루저 혹은 괴짜에 가까운 이들이 주인공이다. 쌀쌀맞은 너구리 ‘로켓’과, (관객이 보기에) 아는 말이 딱 하나뿐인 나무 ‘그루트’, 피부가 온통 초록색인 암살자 ‘가모라’와 노략질이 직업인 지구인 ‘스타로드(피터 퀼)’까지.
누가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맞긴 한지, 관객은 헷갈린다. 시리즈 첫 편은 첫 개봉 당시(2014년) 관객수가 134만에 그치며 다른 마블 시리즈에 비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9년 만에 돌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후 8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관객들은 역설적이게도 “마블스럽지 않아서” 가오갤을 사랑한다. 최근 마블 영화는 지나치게 세분화된 세계관과, 블랙 워싱(흑인 배우가 백인이나 아시아인 역할을 맡는 것) 등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가오갤은 그런 논란 따윈 모른다는 듯 여전히 그들만의 이야기를 한다. 관객은 그런 그들이 여전히 모자라고, 괴팍하고, 괴짜라서 사랑스럽다.
이번 ‘가오갤3′는 시리즈를 이끌어온 제임스 건 감독이 밝힌 최종편이다. 영화는 너구리 로켓이 왜 쌀쌀맞아졌는지, 지구인 스타로드의 뿌리는 어디인지, 그들의 과거를 따라가며 정서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가오갤의 상징과 같은 유머와, 조금은 과장된 듯한 스토리 라인, 뮤직비디오처럼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1980~90년대 올드팝은 여전하다. 영화 시작과 함께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나오는 순간, 이후 어떤 스토리가 나오더라도 별점 반 개는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OST가 스타로드의 워크맨에 기반을 둔 1980년대 노래 위주였다면, 이번엔 1990년대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타노스에 의해 절벽 아래로 던져진 가모라도 영리한 방법으로 재등장한다. 기존 가오갤의 팬이라면, 적어도 1번 이상 울고, 10번 이상 소리 내 웃을 수 있다. 영화는 올해 최고의 동물권 영화로도 선정됐는데 영화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항상 너였어, 네가 몰랐을 뿐”이란 영화 속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같다. 마치 마블 속 가오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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