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5배 넘는 중공군 격파… 英연방 전사들의 길 따라 달렸다

김정환 기자 2023. 5. 12.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엔군 동맹로드 ‘가평 전투의 길’
11일 경기 가평에서 열린 정전 70주년 기념 ‘자전거 동맹 로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편도 11㎞의 자전거 도로는 ‘가평 전투의 길’로 명명됐다. ‘자전거 동맹 로드’는 6ㆍ25 정전 및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유엔 참전 16국의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행사다. /남강호 기자

“중공군이 아군 참호로 들어왔다. 아군은 상관 말고 진지로 포사격을 해달라!”

1951년 4월 24일 경기도 가평 북면 이곡리 677고지. 500명에 불과했던 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대대는 10배 되는 5000명의 중공군에 포위됐다.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자 캐나다 대대는 인근 뉴질랜드 16포병연대에 아군 머리 위로 ‘진내 사격’을 요청했다. 뉴질랜드 포병연대는 당황했지만, 승리를 위해 결국 진내 사격을 했고 677고지가 사수됐다.

유엔 참전국 ‘자전거 동맹 로드’ 일정

1951년 4월 23~25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부대로 구성된 2000여 명의 영연방 27여단이 5배 되는 1만여 명의 중공군을 치열한 전투 끝에 남하를 저지한 ‘가평 전투’의 처절한 전투 장면 중 하나다. 가평 전투로 영연방 27여단 장병 47명이 전사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99명이 부상하는 희생을 겪었다. 그러나 중공군 사망자는 1000여 명에 달했다. 세계 전쟁사에서도 손꼽히는 ‘대승’이었다.

6·25 정전 70년을 맞아 이 같은 영연방 27여단의 기적적인 승리를 기리기 위해 11일 가평군에서 ‘영연방 자전거 동맹 로드’ 행사가 열렸다. 유엔 참전군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동맹 로드(road·길)’ 대장정 행사 중 하나다. 이날엔 가평 시민, 올림픽 영웅, 자전거 동호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영연방 4국의 6·25전쟁 참전·전투 기념비 등을 거치는 도로(왕복 22㎞)를 자전거로 달렸다. 일부 참가자는 출발 전 태극기와 영연방 국기를 팔뚝에 그렸다.

11일 6·25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유엔 참전군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영연방 자전거 동맹 로드 'Lest We Forgt’ 대장정이 경기 가평에서 진행됐다. 영연방 참전비 앞 출발선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부대사 및 올림픽영웅 이봉주, 심권호와 국가유공자 가족, 시민, 학군사관 자전거 전국연합회 등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전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11일 6·25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유엔 참전군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영연방 자전거 동맹 로드 'Lest We Forgt’ 대장정이 경기 가평에서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영연방참전비에 참석내빈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윤종진 국가보훈처 차장은 가평읍 ‘영연방 참전 기념비’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6·25 당시) 영연방 4국 청년 10만3000여 명은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며 “영연방 참전 용사들의 투혼과 인류애 덕분에 대한민국은 ‘놀라운 70년’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행사엔 박정 뉴질랜드 주한 대사관 부대사 등 영연방 대사관 및 유엔사령부 관계자들, 가평 보훈단체장들이 왔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씨와 올림픽 레슬링 2체급을 석권했던 심권호씨, 서태원 가평군수, 최장식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참석했다. 개막식 전 헌화는 1·2차 세계대전, 6·25전쟁 참전 용사를 추모하는 영연방의 상징물인 양귀비꽃으로 했다.

이봉주씨는 “국가를 대표했던 한 사람으로서 정전 70주년을 맞아 유엔 참전국 장병을 기리는 의미 있는 행사에 참가했다”고 했다. 이씨는 근육긴장이상증으로 등이 굽고 몸이 불편하지만 지난달 용인 김량장리 전투를 기념하는 ‘동맹로드’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했다. 심권호씨도 “자전거를 자주 타지 않았지만,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아 참가했다. 시간이 되면 또 오겠다”고 했다.

11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영연방참전기념비에서 정전 70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 참전국 자전거 동맹길' 행사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오른쪽)와 전 레슬링 국가대표 심권호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념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이날 맹호부대(수도기계화보병사단)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가평 전투의 길’로 명명된 가평 전투 일대 자전거 도로 22㎞를 달렸다. 자전거 행진 도중엔 캐나다 전투 기념비 맞은편에서 양귀비 꽃과 영연방 4국 국기, ‘Lest We Forget(우리가 잊지 않도록)’ 문구가 새겨진 조형물 제막식도 열렸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영연방 참전 용사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영연방 4국의 경우 ‘가평 전투’를 잊지 않고 있다. 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2대대는 대대 막사를 ‘가평 막사’로 부른다. 캐나다는 가평 전투를 잊지 않기 위해 자국의 위니펙 기지 이름을 ‘가평’이라고 지었고, 최근엔 나이아가라시에 한글과 영문으로 가평 전투 기념비도 세웠다.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공군과 근접전을 벌이며 가평 북면 목동리 504고지를 사수했던 호주 왕실 3대대는 ‘가평 대대’라는 별칭이 있다. 호주의 캔버라나 시드니 등엔 ‘가평 길’과 ‘가평 다리’ 등의 이름이 붙은 곳도 있다.

동맹 로드 대장정은 지난달 1일 튀르키예군의 김량장리 전투지인 경기 용인에서 첫 페달을 밟았다. 이날 가평이 두 번째이며, 오는 7월까지 경기 양평 지평리 일대, 서울~인천, 부산 유엔기념공원 일대 등 총 5차례 유엔 참전국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린다. 국가보훈처가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다.

주최: 국가보훈처 후원: 조선일보사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