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년 전 빙하기 등 극한의 기후변화 딛고 인류가 진화한 비결은

IBS, 역대 최장 기간 고기후 시뮬레이션 결과로 입증
호모종별 다양한 자연환경 적응력 키워 생존 및 진화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인류의 조상인 호모종이 혹독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진화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실을 다양한 생태환경을 찾아 거주영역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6개 호모종의 진화와 식생

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

인류 조상인 호모종은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쳐 지난 300만년 동안 진화했다. 그런데 초기 인류가 극한 기후에 따른 자연환경과 식생 변화 속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찾아 거주 영역을 넓힌 덕분에 혹독한 기후변화 속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자체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활용해 과거 300만년의 기온, 강수량 등 기후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식생 시뮬레이션 결과와, 6개의 호모종 화석 표본 3000여 개를 분석해 인류 조상의 자연환경 선호도를 밝혀낸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에 발표했다. 6개의 호모종은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발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다.

연구팀은 호모종 서식 지역의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초원 등 생물 군계 유형을 11가지로 나누고, 각 호모종이 선호한 생물 군계를 분류했다. 연구에 따르면 200만∼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이후 약 180만년 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적응했다.

특히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이 그 이전 호모종에 비해 탁월했다. 그 결과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 툰드라 등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생물 군계가 다양한 지역에 호모종의 거주지가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음을 보여준다. 사막, 사바나, 초원, 열대우림 등의 다양한 식생이 밀집해 있는 자연환경을 의미한다. 연구를 주도한 엘크 젤러 학생연구원(부산대 박사과정)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하고, 호모종에 대한 다양한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기후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과거 200만년에 걸친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인류 조상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싣기도 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