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여론조사 난립 막는다
조사 결과가 널뛰고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저질 여론조사를 막기 위해 여론조사 회사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관리할 여론조사관리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부실 여론조사 관리 감독 법안’이 11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법안은 또 여론조사의 품질을 진단해 ‘등급’을 매길 수도 있도록 해, 저질 여론조사 회사는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이날 “여론조사의 사회적 중요성과 책임에 걸맞도록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등록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과, ‘사회 여론조사’를 관리·감독하는 중립적 기관을 국무총리 산하에 만드는 여론조사관리감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행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등록 요건이 느슨한 탓에 여론조사 회사가 난립하고, 품질 낮은 조사 결과가 쏟아진다”고 지적한다. 현재 등록 요건은 ‘전화 면접·전화 자동 응답 조사 시스템’ ‘분석 전문 인력 1명 이상 등 3명 이상 상근 직원’ ‘여론조사 실시 실적 10회 이상 또는 최근 1년간 여론조사 매출액 5000만원 이상’ 등이다.
조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 여론조사 회사 등록 기준을 종전보다 한층 높였다. ‘사회조사분석사 1급 자격증 등 전문 분석 인력 보유’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자동 녹음기, 피조사자 접촉 현황 자동 분류 기능 등 조사 시스템 구비’ ‘여론조사 실시 실적 10회 이상 및 매출액 7500만원 이상’ 등이다. ‘사회조사분석사’는 여론조사와 시장조사 등을 통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인증하는 국가 기술 자격증이다.
‘여론조사 품질 진단 인증제’ 도입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통계청이 통계에 대해 자체적으로 품질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내듯이,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선거 여론조사에 대해 품질을 진단해 등급을 매겨 공개하자는 것이다. 특정 방향의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한 여론조사는 낮은 등급을 받게 되는데, 반복될 경우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여론조사관리감독법 제정안에는 현행 공직선거법 관리 대상인 ‘선거 여론조사’ 외에 정치 현안 등 ‘사회 여론조사’를 제도권에서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국무총리 산하에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거 여론조사’는 현행법상 여심위 관리·감독을 받지만, ‘대통령 탄핵’ ‘특검 찬반’ ‘정책 평가’ 등 정치 현안과 같은 ‘사회 여론조사’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경우 특정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행태도 근절될 수 있다.
여론조사관리감독법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등을 거쳐 9인 이내로 여론조사관리감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조사 자료를 6개월 동안 보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심위는 여론조사관리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공표 또는 보도 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정치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도 선거 여론조사에 포함해 여심위 심사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현안의 범위가 매우 넓어 과잉 규제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면서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지난 3월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선거 여론조사 회사에 대한 정기 점검과 종사자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홍정민 의원도 지난해 6월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시스템, 인력 규모, 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공직 선거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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