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둔화·은행 위기…월가 "늦어도 9월 금리 내린다"(종합)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는 데다 중소 지역은행 위기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탓이다. 늦어도 오는 9월부터는 피봇(pivot)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예상보다 빠르게 식는 도매물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3월(2.7%)보다 낮아졌다. 지난 2021년 1월 이후 최저다. 전월 대비 PPI는 0.2% 올랐다. 월가 예상치(0.3%)를 하회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무역서비스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2%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이번 CPI에 이어 PPI까지 헤드라인이 예상을 밑돌면서 연준 금리 인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공급망 개선 덕에 도매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헤드라인에 비해 근원물가가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서비스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폭 상승했다.
이와 함께 나온 실업 지표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2만2000건 증가했다. 2021년 10월 이후 최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24만5천 건) 역시 크게 상회했다. 실업수당 청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노동시장 과열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팩웨스트 예금 급감…주가 폭락
이 와중에 지역은행 위기까지 재점화했다. 이날 오전 10시56분 현재 뉴욕 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3.27% 폭락한 4.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4.00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이곳은 그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 받아 왔다.
이는 팩웨스트의 예금 급감 소식 때문이다. 팩웨스트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지난 5일까지 일주일 동안 예금이 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이후 총예금이 증가했다는 앞선 발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팩웨스트는 현재 유동성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으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패닉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위기에 빠지면 연준의 긴축 압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외에 또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1.27%, 4.39%, 4.71% 떨어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1% 안팎 내리고 있다.
서튜이티의 딜런 크레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팩웨스트의 소식은 지역은행 위기와 부채 한도 협상 이슈로 인해 심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4.75~5.00%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0.4%로 보고 있다. 5.50~5.25% 동결 확률을 압도적으로 높게 보고 있지만, 인하론까지 등장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월가 내에는 연준이 늦어도 9월부터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FOMC에서 금리를 4.75~5.00%로 인하할 가능성을 49.6%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는 월가 내 다수의 견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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