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참가자 1000명 이상 대형 국제행사 엔데믹 분위기 타고 대명 방식으로 복귀 관광공사 연말까지 250건 국제회의 지원 해외 참가자 2019년 수준 뛰어넘을 수도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중·소형화 양상을 보이던 기업회의, 컨벤션(국제회의)가 ‘대형화’되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거나 규모를 줄였던 대형 국제행사들이 속속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면서다. 이달 들어서만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유사나 아시아·태평양 컨벤션 등 전체 참가자 규모 5000명 이상 대형 국제행사가 연달아 열렸다. 덕분에 5월 첫 주에만 1만 명에 육박하는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외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대형 국제행사에 속하는 해외 참가자 1000명 이상 국제회의와 기업행사가 국내에서 열린 건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38개월 만이다.
3년 만에 열린 ADB 연차총회 ‘대형화’ 신호탄
대형 국제행사 재개 신호탄은 이달 초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ADB 연차총회’가 쐈다.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총회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국내외 5200여 명이 참여했다. 당초 외국인 1000여 명 포함 4000여 명 규모로 예상했지만 ADB 본부를 비롯해 66개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와 학계, 산업계 관계자 등 해외 참가자가 1000여 명 넘게 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ADB 연차총회에 해외 참가자 1000명 이상, 전체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건 2017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50차 총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ADB 연차총회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ADB 본부에서도 3년 만에 처음 열리는 대면 행사라는 점 외에 개최지가 K컬처의 본산인 한국이라는 점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K팝 공연, 관광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기존 행사장 외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신청이 몰렸다”고 말했다.
행사 대형화 양상은 기업회의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선 12개국 1만2000여 명이 참여한 ‘유사나 아시아·태평양 컨벤션’이 열렸다. 미국 유타주에 본사를 둔 유사나 헬스 사이언스가 연 행사는 전체 참가자의 절반이 호주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해외 참가자로 채워졌다. 5000명이 넘는 해외 참가자가 참여하는 대형 기업행사가 국내에서 열린 건 2020년 1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중국 일용당(5000명) 기업행사 이후 유사나 아·태 컨벤션이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행사에 유사나 측은 행사장 임대와 조성, 참가자 숙박과 교통, 관광 등에 8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열 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고양과 김포, 파주, 서울에 있는 호텔에 분산돼 투숙하면서 쇼핑, 관광 등에 쓴 비용과 행사 전후로 부산과 경주, 제주 등에서 진행된 개별 관광 일정을 감안하면 지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유사나 아·태 컨벤션 개최로 생산유발효과 752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39억원, 소득유발효과 162억원, 취업 및 고용유발효과 1200명의 경제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스 관광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기대
연말까지 예정된 대형 국제회의도 여럿이다. 특히 학회 등 학술단체 주최의 국제회의가 대형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6월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여는 ‘코리아 더마’를 시작으로 7월엔 한국마케팅과학회 주최로 해외 마케팅 전문가 1600명이 집결하는 ‘서울 국제마케팅 학회’가 열린다. 한국응용생명화학회는 9월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외 참가자 2500명 규모의 ‘국제 현미경 총회’를 열고, 10월과 11월 서울에선 국내외 2500명 산부인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세계 산부인과초음파학회 학술대회’와 국내외 2000명이 참여하는 ‘국제부인암학회 학술대회’가 연달아 열린다. 코로나19 사태로 규모를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해 열리던 국제행사들이다.
이정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진흥부 부장은 “학술대회는 논문, 보고서상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연구 관련 정보와 궁금증을 서로 묻고 답하는 정보와 네트워크 공유의 자리”라며 “지난 3년간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던 연구자들이 네트워크 복원에 나서면서 행사가 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선 올해 방한 마이스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시·박람회에 이어 기업회의, 컨벤션 분야까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마이스 업계가 제2의 호황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무너진 마이스 서비스망 재건 시급
한국관광공사는 국제회의 개최지원을 통해 연말까지 250여 건의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6만여 명 마이스 외래 관광객을 유치한 상태다. 여기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연구재단이 별도 지원하는 이공계와 인문사회 분야 학술대회, 전 세계 170개국 4만여 명이 참여하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8월), 외국인 2000명 포함 1만2000명 규모 ‘뉴스킨 코리아 컨벤션’(9월), 국제 e스포츠 대회 ‘롤(LoL) 월드 챔피언십’(11월) 등을 포함하면 해외 참가자 수는 2019년(9만 명) 수준을 웃돈다. 마이스 관광객의 평균 소비액(2397달러)이 일반 관광객(1239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20만 명에 가까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대형 국제행사 재개와 함께 무너진 마이스 서비스망 재건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상당수 기업이 폐업 또는 전업을 택하면서 행사 운영을 맡을 PCO(컨벤션기획사)는 물론 숙박, 수송 등을 책임질 서비스 기업이 부족해졌기 때문. 특정 기업에 주문이 몰리면서 서비스 품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태영 인터컴 대표는 “ADB 연차총회에선 각국 대표단에 무조건 1대씩 배정하던 차량을 실시간 배차 현황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공유서비스 형태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였다”며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맞춰 마이스 서비스 분야에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부족한 서비스 인프라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