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누가 민주당 의원은 부자 되지 말라고 했나
민주당, '60억 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에 당혹
'합법적 거래' 강조했지만…'국민 정서' 싸늘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60억 코인 보유' 논란이 일파만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작년 초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을 약 80만 개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보유 코인 평가액은 한때 최고 6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의 위믹스 코인 120만 개 보유설 등 추가로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며 '코인 게이트'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추진에 참여했던 것, 지난 대선 당시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하고 출시한 것 등을 들어 '이해충돌' 소지도 지적하고 있다. 김 의원이 거액을 한 번에 코인 매입에 쓴 것을 두고는 '내부정보 이용'을 통한 위법적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논란 직후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실명 확인된 전자지갑 주소로 이체했고,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추적·확인되기 때문에 위법적 거래가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문제가 되는가?"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야당 정치 탄압'의 대상이 됐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김 의원이 간과한 지점이 있다. 거래의 합법성을 내세울 게 아니라 국민에게 겸허히 사과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가상화폐에 현금을 '몰빵(집중 투자)'해 사적 이익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에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 의원이 합법적 코인 거래를 강조하는 입장문을 연속해 배포하는 만큼과 비례해 국민 여론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김 의원의 '오락가락'했던 해명도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일례로 김 의원은 애초 가상화폐 수익을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전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약 8억 원을 거래소에서 은행으로 이체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한 모습을 강조해 왔는데, 코인 논란 이후엔 '가난한 정치인 행세를 한 것'이라는 조롱과 비난이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회자 된 건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 의원이 파스타 종류의 이름을 헷갈리는 모습, 지난해 대선 지원 유세 당시 '호텔이 아닌 저렴한 숙박업소를 이용한다'며 정치 후원금을 요청하는 모습 등이다. '본인에겐 검소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돈을 팍팍 썼다'며 억울함을 나타낸 김 의원인데, 논란의 면면과 본인의 언행이 맞지 않다는 게 누리꾼들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로 '재산신고 내역'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수십억 원의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 국민들에게 가상자산은 아직도 낯선 개념이고, 기성세대의 눈에는 아직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이상 위아래로 요동치는 가상화폐는 '도박'과 같다는 선입견도 자리하고 있다.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놓고 '불법은 없었다'라고 한들, 그의 행위를 '정치인의 위선'이라고 보지 않고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몇이나 될까. '서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했던 정당의 청년 초선 의원의 감춰진 행위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당내에서도 김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은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의원은 "나도 배신감을 느끼는데 국민들은 오죽하겠나. 김 의원이 총선에 나온다고 했을 때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원도 했었는데 그렇게 부자인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걸 그랬다"며 자조적인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외에도 '코인 논란'을 대하는 김 의원의 태도를 두고 당 지도부를 비롯한 동료 의원들은 입을 모아 '자성하라'고 꾸짖었다.
지난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 김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과 초선 모임 '처럼회'를 함께 하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 그게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남기며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김 의원을 두둔했다. 김용민 의원은 평소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에 출연하며 당원들 사이에서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팬덤 정치'의 수혜자다. 그런 그에게 '국민 정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면 알면서도 강성 지지층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당 논란에 '한동훈 작품', '민주당은 부자 되면 안 되나' 등 물타기 대응은 부적절하다. '거대 양당 정치'의 병폐로 누누이 지적돼 온 '반사이익 정치'로 지지율을 올리며 생명을 연장해 가는 모습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김용민 의원 외에도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을 두고 '민주당 의원은 부자 되지 말라는 법 있나'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있을지 모른다. 아마 내년 총선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투표소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30% 고정 지지층'도 동의할 거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떨까? 국민 70%는 뭐라고 할까. 아마 이런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지금 우리는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사태 수습에 나선 당 지도부는 당내 경제통 의원(김한규·이용우·홍성국 등)들, 외부 가상화폐 전문가 등을 포함해 김 의원과 관련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11일 첫 회의를 했다. 오는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김 의원의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총의도 함께 모을 예정이다.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은 대형 이슈다 보니, 가상화폐에 능숙한 '네티즌 탐정'들이 김 의원이 해명 과정에서 공개한 가상화폐 지갑 화면 등을 추정해 코인 의혹의 진위를 따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코인 전문가'까지 섭외한 진상조사단은 명명백백 진상을 파악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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