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겪은 할머니가 '칠곡할매글꼴'로 쓴 평화의 손편지...우크라이나로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연하장에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들이 이번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다시 한 번 연필을 잡았습니다.
대부분 70대 이상으로 직접 6·25 전쟁을 겪은 당사자인 만큼, 전쟁의 고통을 내 일처럼 아파했는데요.
할머니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김근우 기자가 들어보고 왔습니다.
[기자]
주름진 손으로 연필을 쥐고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손편지를 씁니다.
조금은 삐뚠 글자 한 획 한 획마다 아픔을 위로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뒤늦게 한글을 배워 디지털 글씨체 '칠곡할매글꼴'까지 만들어낸 경북 칠곡군의 할머니들.
이번엔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위로와 응원을 전하겠다며 다시 연필을 잡았습니다.
6·25 전쟁 당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칠곡에서 평생을 산 만큼 전쟁은 이들에게도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장말병 / 할머니 : 비행기가 폭격하고, 총을 쏘고 하면 너무 무서웠죠. 그때는 총 안 맞으려고 피난민들이 하얀 바구니를 덮어쓰고….]
꿈많은 어린 시절 전쟁을 겪었기에 지금 쓰는 편지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봅니다.
[양화자 / 할머니 : 어른들은 어른들이지만, 그 어린 것들은 살려고 태어났는데 전쟁으로 다 죽고, 그게 너무 안타깝잖아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편지를) 쓰지.]
할머니들이 쓴 손편지는 영어로 번역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전달됩니다.
머나먼 이국에 진심 어린 편지를 전하기 위해 할머니들은 이렇게 영문으로 된 칠곡할매글꼴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영어지만, 마치 그림을 그리듯 정성을 담아 알파벳 한 획씩을 써나갔습니다.
[김영분 / 할머니 : 나도 여덟 살 때 피난 갔거든요. 너무너무 가슴 아프고 안 좋아요. 어제 이걸 보낸다고 하기에 진짜 눈물이 나서 울었습니다. 우리도 이랬는데 거긴 어떻겠나 싶은 게….]
할머니들이 버텨온 힘든 삶과, 그런데도 놓지 않았던 수많은 희망이 삐뚤빼뚤 편지에 함께 담겨 우크라이나를 위로하러 날아갑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촬영기자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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