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 쇼크·쌍둥이 적자 악화일로… ‘풍전등화’ 한국 경제

2023. 5. 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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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무역과 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의 그늘도 짙어 간다.

세수 격감 탓에 재정수지 적자는 1분기 54조원으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쌍둥이 적자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자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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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성장,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무역적자 늘고 나라 살림도 빚 수렁
수출 활력 불어넣고 구조개혁 해야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정부·한국은행의 전망치 1.6%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수준이다. 세계경제성장률(IMF 2.8%)뿐 아니라 2% 안팎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KDI는 반도체 경기 반등과 중국 경제의 회복이 더딜 경우 성장이 1%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에서는 역성장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식 장기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무역과 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의 그늘도 짙어 간다. 반도체 불황과 대중 수출 부진 여파로 무역수지는 14개월 넘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 적자액이 294억1200만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였던 작년 적자액의 62% 수준이다. 나라 살림은 빚 수렁에 빠진 지 오래다. 세수 격감 탓에 재정수지 적자는 1분기 54조원으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도 3개월 만에 20조원 이상 불어 1053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쌍둥이 적자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자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악재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자본 유출, 금융·외환 불안 등 온갖 부작용을 야기하며 국가적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에서 위기감은 찾기 힘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올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년간 복합위기에 선제 대응했고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다고 자화자찬까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2년 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무역 금융 확대와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무역적자를 반전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등 외환 안전판 구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저성장에서 탈출할 방법은 기업 경쟁력 강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기업들이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주력·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줘야 한다. 재정 퍼주기 대신 노동·공공·금융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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