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불통 연금개혁’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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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고령사회의 극단적 대응책을 가정한다.
소설 속 주간지는 법안 가결 소식을 이렇게 전한다.
고령화는 비단 일본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소설 속 '현대판 고려장' 시행을 앞둔 일본은 2년간 활발한 국민적 논의가 이어져 결국 대안을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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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고령사회의 극단적 대응책을 가정한다.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여파로 연금 제도가 붕괴되었으며, 국민 의료보험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고령화는 비단 일본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민의 노후 생활을 지탱할 연금 재정의 악화에 고심하는 나라가 많다. 일하는 인구 대비 노령 인구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니 재정이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올해 연금개혁을 강행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프랑스 개혁의 핵심은 정년과 기여기간 연장이다. 기대수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것만으로도 연금 수령 기간이 2년씩 줄어든다. 연금을 100% 받는 데 필요한 기여기간도 42년에서 43년으로 차차 늘리기로 했으니, 연금재정 수익은 늘어난다. 2030년 135억유로 적자 예상은 최대 177억유로 흑자 예상으로 전환됐다.
정년 연장은 수령액 축소, 증세보다는 거부감이 덜하다. 더욱이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정년이 가장 이른 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프랑스인 60%가량이 여전히 연금개혁에 반대한다. 법 공포까지 끝났는데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노동절에는 전국에서 230만명(노조 추산)이 모였다.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도 빨간불이다.
이유는 소통 부족과 일방통행식 리더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의 인생 설계를 뒤흔드는 개혁인데도 정부는 진지하게 노조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가결 가능성이 불투명하자 의회를 건너뛰는 초강수를 뒀다. 노조와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나서야 처음 만났다. 그마저도 55분 만에 파투가 났다.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제이다. 때로는 마크롱식 추진력도 필요하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다. 반면 영국은 2006년 독립적 위원회가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개혁안을 도출한 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대국민 토론회 등 설득 작업만 1년 가까이 진행했다.
소설 속 ‘현대판 고려장’ 시행을 앞둔 일본은 2년간 활발한 국민적 논의가 이어져 결국 대안을 도출해냈다.
윤석열정부도 오는 10월까지 연금개혁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지가 개혁 방향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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