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말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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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말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가족과 친구처럼 아주 가까운 이를 포함하여, 타인의 어떤 말이 평생 가슴에 박혀 아픔을 겪는 이가 적지 않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말을 조심하라'가 일상에서 자주 듣는 가르침이 된 건 그 때문이다.
그 답이 입말과 글말 중 전자만 염두에 둔, 소극적 해결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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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출발하여 누군가, 그렇다면 말을 어찌 해야 하는지, 어떤 게 더 옳고 좋은 말인지에 의문을 품는다고 하자. 이때 앞의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부정적 표현이기에 답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과를 ‘배가 아닌 과일’이라고 해야 별 소용이 없는 예와 비슷하다. 그 답이 입말과 글말 중 전자만 염두에 둔, 소극적 해결책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 사회에는 말과 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상식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게 희미하다 보니 국어교육에 가치의식이 약하고, 가령 언론과 정치 현실에서 보듯이, 옳지 않은 말로 사회 질서가 어지러워진 면이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기준이 서 있다면, 그에 어긋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이 저절로 닫혀서 저 혼란스러운 여론마당이 꽤 정리될 터이다.
흔히 말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게 ‘진실성’이다. 한데 그것은 윤리에 기울고, 과연 무엇에 비추어 진실이냐는 끝 모를 논쟁을 낳기 쉬우므로 보다 말 자체 위주의 기준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도 있으나, 순수성 운운하는 과거의 문학적 환상이 묻어 있어 보편적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판단 기준들 가운데, 필자는 ‘합리성’과 ‘세련됨’을 강조하고 싶다. 합리성은 사리(事理)를 근거로 삼기에 ‘네가 뭐냐?’는 식의 폭력을 막는다. 사실과 이치를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여럿의 말을 존중하다 보면 그에 다가갈 수 있다. 세련됨은 단어의 적절함, 형식의 새로움 등을 중시하는 기준으로, 사용자가 진부함, 천박함을 떨치고자 생각과 표현을 다듬도록 이끈다.
합리성 있고 세련된 말을 쓰려는 노력은 물질적 이득과 거리가 있다. 또 논리를 따지고 말을 고르며 언어능력도 길러야 한다. 하나 그것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며, 무엇보다 상처를 덜 입고 입히도록 도와준다. 이성에 따라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합리적인 말은 애초에 부정해 버리는, 그래서 상처에 맞서며 옳음을 추구하는 마음과 정신의 근육을 길러준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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