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 없는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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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외국인 경영진에게 국내 노동시장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다른 나라와 특히 구별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필자는 주저 없이 평등 지향적(egalitarian)이라고 대답하였다.
보수 정부, 진보 정부 가릴 것 없이 정책적으로 꾸준히 강조되는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 없는 노동시장'이라는 명제는 형식적 평등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와 연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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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평등 과도하게 지향
구인구직의 미스매치만 심화
차별 원인 분석… 정책 집행을
최근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외국인 경영진에게 국내 노동시장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다른 나라와 특히 구별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필자는 주저 없이 평등 지향적(egalitarian)이라고 대답하였다. 민주사회가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산술적, 절대적, 평균적 평등을 의미하는 “다른 것도 같게 대하는” 형식적 평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정부, 진보 정부 가릴 것 없이 정책적으로 꾸준히 강조되는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 없는 노동시장’이라는 명제는 형식적 평등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와 연관이 깊다. 공정성 확보와 차별 철폐를 법·제도적으로 과도하게 추진하면 의도하지 않은 노동시장에서의 결과를 가져온다.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 3법’,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정책’에도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처우도 열악해졌다는 사실은 차별 철폐 내지 시정 차원에서 접근하는 정책이 오히려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성평등 대책은 어떨까. 우리나라 성평등지수는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개선의 조짐도 거의 없다. 노동시장의 성평등 제고를 위해 상장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라는 사회적 압력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여성 임원 비율을 의무화하였다. 많은 상장사가 여성 임원의 수를 늘렸다. 그러나 기업 결정에 실제적으로 관여하는 사내이사보다는 전문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여성 사외이사만 대폭 늘어났다. 사내에서 역량이나 경력으로써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오히려 여성 사내이사는 줄었고 여성 사외이사는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수치상으로 성평등지수는 개선되었다고 할 수는 있으나 여성의 노동시장에서의 위치 제고와는 큰 연관이 없다.
비정규직 중에는 여성이 많다. 노동시장에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차별 없는 노동시장,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별의 원인과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고용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여성 고용만 줄 것이다. 여성이 비정규직이 많은 것은 경력단절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근원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도 줄어들고 비정규직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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