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겸손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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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전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공화당의 스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세게 붙었다.
"우리는 플로리다를 사랑한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투자한 액수뿐 아니라 일자리, 지역 사회 봉사, 세금, 관광 등 비즈니스의 형태로 플로리다에 얼마나 돌려줬는지에 반영돼 있다. 우리는 또한 국가가 우리를 위해 해 준 일을 항상 존중하고 감사한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 디즈니는 디샌티스를 상대로 "정부 권력을 무기화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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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정답보단 최선의 과정 찾아야
아이거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략은 다르다. 그는 전선을 바꾸고 국면을 전환했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다. 디샌티스의 도를 넘은 ‘보복’이 적절한 명분이 됐다. 아이거는 디샌티스의 행보를 “반기업, 반플로리다”로 규정해 기업 및 지역 사회 전반으로 전선을 벌렸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에서 7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년 관광객 7500만명이 찾는 올랜도 디즈니월드는 플로리다 경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디즈니월드 일대는 특별행정지구로 지정돼 디즈니는 50여년간 개발권, 세금감면 등을 혜택을 받았다. 디샌티스는 지난해 이 특별행정지구 자격을 아예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지난 2월 디즈니로부터 지구 감독위원회 통제권을 가져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이거는 로비력를 총동원해 주의회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직전 기존 감독위와 지구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디즈니가 향후 30년간 유지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해 버렸다. 조용히 일격을 맞은 디샌티스는 디즈니월드 옆에 주립 테마파크나 교도소를 세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디즈니는 지난 4월 지구 내에 저가 주택 1400채를 짓고 1만3000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지역사회 투자 계획을 내놨다.
아이거는 지난달 초 디즈니 주총에서 디즈니가 플로리다에서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겸손하고 영리하게 상기시켰다. “우리는 플로리다를 사랑한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투자한 액수뿐 아니라 일자리, 지역 사회 봉사, 세금, 관광 등 비즈니스의 형태로 플로리다에 얼마나 돌려줬는지에 반영돼 있다. 우리는 또한 국가가 우리를 위해 해 준 일을 항상 존중하고 감사한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 디즈니는 디샌티스를 상대로 “정부 권력을 무기화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왕 싸울 거면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는 아이거의 의지가 읽힌다.
극단적으로 분열된 진영의 시간이다. 맥락도, 방향도 알 수 없는 돌출 규제의 시간이다. 디샌티스 같은 정치인은 별종이 아니라 뉴노멀에 가깝다. 진영에 끼인 기업과 CEO는 종종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ESG가 급부상하더니, “착한 척하지 말라”는 ‘안티워크’가 반작용으로 일어났다. 고객과 직원의 윤리적 기준도 까다롭다.
사실 기업과 공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비교적 유연한 미국에서도 디즈니와 디샌티스의 전쟁은 이례적이다. 결과는 모른다. 그러나 매번 죽기 살기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최선의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최선의 과정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어차피 이런 시간에는 어떤 답을 내놔도 모두가 만족하는 일은 없다. 때로는 과감하고 확신에 찬 답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내게 답이 없을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이 그 시작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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