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 아픈 역사의 치유를 위한 첫걸음
홍민 덴마크 대표·김성주 의원 ‘해외 한인권익그룹 연합’ 결성 알려
“해외의 많은 입양인들이 한국의 친생가족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피터 뮐러 덴마크 한인권익그룹 대표(49·한국명 홍민)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한인권익그룹 연합회’(OKRG)의 결성을 알리면서 이같이 말했다. OKRG는 7개국 2000여명의 한인 입양인이 한국 친생가족을 찾을 때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함께 꾸린 단체다.
정부는 2005년부터 5월11일을 입양의날로 기념하고 있다. 가정의달 5월에 가정 1곳에서 아동 1명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다.
뮐러 대표는 “해외 입양인 중 많은 사람이 한국의 생물학적 가족을 찾고 있지만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입양 관련 문서가 대부분 위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합회에서 1000건 이상 사례를 조사한 결과 단 한 건도 정확한 서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쉽고 빠르게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입양기관은 우리를 서류상 고아로 만들었고, 당시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찾았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해외 입양인들이 친생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했다. 덴마크에 입양된 에바 호프먼 코펜하겐대학 유전학 교수(한국명 박정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7년 한 입양기관으로부터 생모와 오빠가 한국에서 저를 찾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서류상 고아로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생물학적 가족이 저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지, 한 번이지만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호프먼 교수의 생모는 호프먼 교수를 만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호프먼 교수에 따르면 그의 친생가족은 그를 입양기관에 맡길 때 ‘관계의 단절’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호프먼 교수는 당시 입양기관이 친생가족을 속였고, 자신의 입양서류는 위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달라고 요청드린다”며 “DNA라는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위조된 문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잘사는 나라가 됐지만 과거 전쟁 후 어려운 시기에 해외에 많은 아동들을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도 해외 입양을 많이 시키는 나라에 속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입양 과정에서 위법과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 있어 정부기관(진실화해위원회)이 나서 조사하도록 했고, 이제는 어린 시절에 해외 입양됐으나 뿌리, 친생가족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절절한 호소에도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1953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24만9959명에 달한다.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숫자는 16만8427명이다. 여전히 해외 입양 아동 수가 매해 100명을 넘는다. 지난해 입양된 아동은 국내 182명(56.2%), 국외 142명(43.8%) 등 총 324명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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