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던 시즌 첫 승 구창모 “민우 형이 선발 승리 공 챙겨줬어요”[스경xMVP]
프로 9년차, KBO를 대표하는 리그 에이스 투수가 선발 등판 승리 공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그만큼 간절한 1승이었다.
NC 구창모가 7차례 선발 등판 끝에 2023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구창모는 11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6.1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4-1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구창모는 한 손에 이날 경기 승리 공을 쥐고 취재진과 인터뷰 했다. 절친한 선배 박민우가 챙겨준 공이다. 구창모는 “프로 첫 승 이후로 선발 등판 승리 공을 챙긴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창모의 프로 첫 승은 1군 데뷔 시즌이던 2016년 8월이다.
구창모는 “좀 늦어졌는데, 첫 승을 거둬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경기 전부터 감독·코치님, 팀 동료들 모두 첫 승을 응원해줬다. 그 마음들이 모여서 첫 승을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이어 “저 혼자서는 힘든 경기였는데, 중간 투수들도 잘 막아줬고 무엇보다 (안)중열이 형이 포수로 나와서 리드를 잘해준 덕분에 좋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이날 6회까지 안타 3개만 맞고 무실점, 투구수 80개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그러나 7회 KT 선두타자 강백호를 9구 승부 끝에 볼넷 출루시키면서 흔들렸다. 후속 문상철에게 2루타를 맞았고,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상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구창모는 7회 1사에서 1·3루에 주자를 두고 마운드 위에서 내려왔다. 홈런 한 방이면 첫 승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원 등판한 김진호가 연속 삼진으로 소방수 역할을 다했다. 김진호가 김준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구창모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구창모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진호를 세게 끌어안았다.
구창모는 “(김)진호가 정말 잘 막아줬다. ‘너무 고맙다’고 얘기했다”며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액션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개막 초반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오래지 않아 제 페이스를 찾았다. 그러나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이 특히 뼈아팠다. 7회 1사까지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퍼펙트피칭’을 했지만 김선빈의 빗맞은 안타 이후 볼넷과 연속타를 내주며 일순간에 무너졌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5실점 했다.
구창모는 “그날 경기(KIA전)가 끝나고 제 자신에게 너무 화도 많이 났다. 프로 입단하고 제일 화가 났다”면서 “좀 더 쉽게 갔어야 하는데, 생각을 너무 어렵게 하다 보니 대량 실점이 나왔다. 경기 끝나고 나서도 그런 부분이 계속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타자 형들이 ‘우리가 점수를 못내줘서 그렇게 됐다’며 미안해 했는데, 그것보다 제가 버티지 못한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KIA전이 끝나고 구창모 못지 않게 마음 고생을 했던 선수가 박민우다. KIA전 박민우는 김선빈의 짧은 타구를 잘 쫓아갔지만, 막판에 공을 놓쳤다. 대량실점의 시작이 된 안타였다. 구창모는 “민우 형이 많이 미안해했다. 말은 많이 안해도, 워낙 오래 같이 했기 때문에 미안해 하는 그 표정을 잘 안다”면서 “하지만 민우 형이 그 전에 잘해준 게 훨씬 많다. 앞으로도 민우 형이 저를 많이 도와 줄 거다”라고 말했다.
구창모는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시즌을 잘 소화하면서 규정이닝(144이닝)을 챙기는게 우선 목표다. 그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구창모는 아직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이 없다. 구창모는 “규정이닝을 해봐야 저도 선발투수라고 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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