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한화 감독의 이색 이력…20년 6월 대행→23년 5월 사령탑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0년 6월 8일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으로 선임돼 114경기를 지휘하고 퓨처스(2군) 사령탑으로 돌아간 최원호(50) 감독이 2023년 5월 다시 1군 팀을 이끈다.
이번에는 '정식 1군 사령탑'이다.
프로야구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가 끝난 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최원호 2군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최원호 감독은 3년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최원호 감독과 이례적으로 '2군 사령탑 3년 재계약'을 했는데, 6개월 만에 다시 '1군 사령탑으로 3년 계약'을 하는 진기한 역사를 만들었다.
2019년 11월 한화 퓨처스 감독으로 부임한 최원호 감독이 감독대행, 2군 감독, 1군 감독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이례적이지만, 한화 1군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장면은 꽤 익숙하다.
2020년 11월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수베로 감독은 임기를 6개월 남겨둔 채, 팀을 떠난다.
한화의 제12대 감독이자,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수베로 감독은 2020년과 2021년 연속해서 최하위에 그쳤다. 올해도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한화는 9위에 머물고 있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동안 한화의 성적은 106승 198패 15무, 승률 0.349였다. 이 기간에 승률 0.450을 밑돈 팀은 한화뿐이었다.
그만큼 수베로 감독이 지휘한 한화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수베로 감독 전에 지휘봉을 잡았던 11대 한화 사령탑 한용덕 전 감독도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했다.
2018년부터 팀을 이끈 한용덕 전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3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2019년 9위에 머물고, 2020년 시즌 초 팀이 깊은 연패에 빠지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한용덕 전 감독은 2020년 6월 7일 팀을 떠났고, 최원호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 114경기를 소화했다. 당시 최원호 감독대행의 성적은 39승 72패 3무(승률 0.351)였다. 2020시즌도, 최원호 감독대행이 팀을 이끈 기간에도 한화는 꼴찌였다.
한화 10대 사령탑 김성근 전 감독도 시즌 중에 팀을 떠났다.
2015년 엄청난 화제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성근 전 감독은 팀을 '인기 팀'으로 만들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프런트와 갈등이 심화하면서 2017년 5월에 퇴진했다.
9대 사령탑 김응용 전 감독은 3년 임기를 채우긴 했지만, 팀을 이끈 3시즌(2012∼2014년)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0년 부임한 8대 사령탑 한대화 전 감독은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2011년 공동 6위로 올려놓으며 '야왕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2012년 8월 퇴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한화를 이끈 김인식 전 감독이 물러난 뒤, 한화에서는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없다.
2010년 이후 시즌 중 퇴진한 감독만 4명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지도자(김응용, 김성근), 외부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지도자(한대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한용덕)에 이어 외국인 감독(수베로)까지 다양한 이력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이들과 모두 '불편한 작별'을 했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을 '승격'하며 "4시즌째 구단에 몸담으며 선수단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지도력, 퓨처스팀에서 보여준 이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팀 운영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최원호 감독이 손혁 단장과 예전부터 친분이 깊은 '사촌 동서' 사이라는 점은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 면에서 '가점'이 될 수 있다.
2020년 6월 감독대행에 오르고, 2023년 5월 1군 사령탑이 된 최원호 감독이 2026년에도 팀을 이끌 수 있을까.
최원호 감독이 3년 뒤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그때의 한화는 오랜 암흑기를 떨쳐낸 '완전히 달라진 팀'일 가능성이 크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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