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동의 원칙’ 대법 새 판례, 윤 정부 ‘노동시간 개편’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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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노동자 과반의 동의도 얻지 않고 단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의 내용을 노동자한테 불리하게 바꾸는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11일 판단함에 따라, 임금 체계와 노동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 전반에서 '노사 합의'와 '노동자 동의'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대자동차가 노조 동의 없이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 수를 제한하는 등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며 현대차 간부 사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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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노동자 과반의 동의도 얻지 않고 단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의 내용을 노동자한테 불리하게 바꾸는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11일 판단함에 따라, 임금 체계와 노동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 전반에서 ‘노사 합의’와 ‘노동자 동의’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대자동차가 노조 동의 없이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 수를 제한하는 등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며 현대차 간부 사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 취지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기존보다 불리하게 변경했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사회통념처럼 별도 사유로 침해할 수 없는 ‘노동자 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노동조건 결정에 있어 노사의 대화와 설득을 강조한 것이다.
취업규칙은 한 회사의 임금과 노동시간, 해고 규정 등 노동조건을 정한 기본적인 규칙으로, 회사가 작성 주체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기존 취업규칙의 내용을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바꾸려면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노동조합 또는 과반의 노동자)를 반드시 얻도록 한다. 하지만 정부와 사용자들은 바뀐 취업규칙의 내용과 절차가 사회통념으로 봤을 때 합리성을 갖추면 노동자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법률에는 없는 개념으로, 그 의미도 모호해 법원도 판례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외려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보수 성향 정부가 노동자 쪽 반대를 건너뛰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 측면이 크다. 양대 지침(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 상징하는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기본적으로 취업규칙의 수정이 필요한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 임금체계·근로시간 개편을 밀어붙이다 노동계 반발에 부닥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영상의 필요’ 등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꺼내들었다. 노동자와 노조가 반대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논리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이번 대법 판결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자의적으로 활용해 노동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그 취업규칙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새 판례를 세운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집단적 동의’가 없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법 제도가 신속히 개선돼야 한다”며 입법적 해결을 촉구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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