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인도 총리, 다음달 국빈 방미
중·러 견제 ‘우군 만들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다음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이어 두 달 만에 인도 정상을 국빈 초청하는 것을 두고 ‘중국 견제’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삼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산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모디 총리의 국빈 방미 일정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번 방문으로 미국과 인도 간의 깊고 긴밀한 파트너십과 미국인과 인도인을 연결하는 가족과 우정의 따뜻한 유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한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양국 공동의 약속은 물론 국방, 청정에너지, 우주 등 전략적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공동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세 번째 해외 정상이 됐다. 인도 정부도 이번 국빈 방문이 “역사적인 방문”이라며 “미국과의 협력을 구축하고 쿼드 참여 확장을 논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쿼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데다,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비동맹그룹의 ‘맏형’격인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결성된 쿼드의 일원이면서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일원이기도 하다.
어느 한 편도 들지 않고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인도의 외교 노선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서방의 기대와 달리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잇따라 기권했다. 서방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규제에도 러시아 석유 구매량을 오히려 크게 늘리면서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인도를 확실한 아군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국빈 방문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를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최대 정적인 라울 간디를 비롯해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고,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힌두민족주의를 앞세워 무슬림과 소수민족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대결’이라는 지정학적 목표를 위해 모디 총리의 불법적인 국내 행동에 눈감는 쪽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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