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사 주재자는 아들 딸 상관없이 나이 순” 판례 변경
지금까지 대법원은 상속인 가운데 장남(長男)이 ‘제사 주재자’로 고인(故人)의 유골에 대한 권리도 갖는다고 봤는데 앞으로는 성별(性別)과 적서(嫡庶)를 구분하지 않고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1일 숨진 A씨의 유골에 대한 유족 간 소송에서 ‘제사 주재자는 장남’이라는 기존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3년 결혼해 배우자와 두 딸이 있었다. 그런데 2006년 배우자가 아닌 여성 B씨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2017년 A씨가 사망하자 B씨는 A씨의 유골을 추모 공원에 모셨다. 그러자 A씨 배우자와 두 딸이 B씨를 상대로 유골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의 유골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8년 ‘공동 상속인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결했다. 고인의 유골에 대한 권리도 제사 주재자가 갖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은 B씨의 아들이 장남이기 때문에 제사 주재자로 A씨 유골에 대한 권리도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은 “장남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 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11조 1항)의 정신에 맞지 않으며 현대 사회의 제사에서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한 만큼 남성이 제사 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고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했다. 나머지 대법관 4명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법원이 제사 주재자로 적합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제사 주재자에 국한된 판결로 상속의 일반 법리나 종중 재산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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