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하천에 방치된 인공보 수천 개…보 걷은 미호강 가보니

한솔 2023. 5. 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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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 하천에만 4천 개 넘는 인공보가 설치돼있습니다.

과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설치한 건데 이제는 물길을 막는 골칫거리로 전락해 철거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사이 하천은 악취를 내며 썩어가고 있는데요,

한솔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공보가 설치된 대전 갑천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보 인근 강에서는 유속이 느려져 이렇게 쓰레기와 부유물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날이 덥고 습할수록 악취는 더욱 심해집니다.

[정지선/대전시 법동 : "봄에 벚꽃 구경할 때 아이랑 신랑이랑 같이 걷는데 냄새가 많이 나서 갑천 쪽으로 걷기가 좀 꺼려졌어요."]

인공보가 물길을 막으면서 유속이 느려져 퇴적물이 쌓인 하천은 수초가 점령했습니다.

[노정철/대전시 덕암동 : "물이 항상 고여있는 상태라 물이 죽어서 냄새도 많이 나지만 날파리도 많이 생기고 그래요."]

이런 인공보가 대전 세종, 충남에만 4천6백 개, 전국적으로 3만 3천여 개에 달합니다.

상당수는 과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설치했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된 지 오래입니다.

인공보가 하천 오염은 물론 홍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해체 논의가 본격화됐고 실제 철거한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평균 3급수로 충청권 식수원인 금강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온 미호강, 지난해 상류에 설치된 인공보 3개를 걷은 뒤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난 모래톱이 생겼습니다.

[주민 : "낫죠. 보가 없으니까 고였던 물이 다 흐르니까 맑아지는 것 같고 그래요."]

방치된 인공보가 물길을 막아 악취를 유발했던 경기도 탄천 역시, 인공보 2개를 철거하고 1년 만에 자연하천 본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대전 갑천에서도 지난달 처음으로 인공보 한 개가 철거돼 수십 년 만에 물길이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김원태/한국환경공단 수생태복원부 과장 : "(인공보 철거로) 생물 다양성이 폭넓게 확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요. 정확한 효과성 입증을 위해서는 조금 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는 예산입니다.

인공보 하나 철거하는데 수억 원이 들다 보니 제거가 쉽지 않습니다.

2020년, 아파트가 침수되는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대전시가 당시 홍수 대책 중 하나로 인공보 철거를 계획했지만 예산 문제로 추가 철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4대강 보를 둘러싼 해체 논의마저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면서 지방하천의 인공보 처리 문제는 번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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