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세수, 더 팍팍해진 나라살림…올해 벌써 54조 적자
3월까지 수입 145조4000억
지난해에 비해 25조원 급감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뚝’
법인세도 6조8000억원 감소
지출은 줄였지만 수입은 더 줄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수입이 쪼그라들면서 올 들어 나라살림 적자가 54조원까지 불어났다. 1분기 만에 적자 규모가 정부의 연간 전망치에 육박하면서 나라곳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14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조원 감소한 수준이다.
1분기 국세수입이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조원 줄어든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 부동산 거래 축소와 종합소득세 기저효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소득세가 3월까지 7조1000억원 감소했다. 1월 주택매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8.2% 줄었고, 순수토지매매량도 43.7% 하락해 양도소득세 급감의 배경이 됐다.
통상 3월에 절반을 납부하는 법인세 세수도 6조8000억원 줄었다. 기업들은 법인세 절반을 매년 8월 중간예납제도를 통해 내고 이듬해 3월 나머지를 납부한다. 법인세 수입 급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 둔화·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쩍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부가가치세가 5조6000억원, 유류세 인하 여파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6000억원 각각 줄며 역시 적자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세외수입도 7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기금수입이 50조9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늘어 전체 감소폭을 완충했다.
1분기 정부의 총지출은 186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 축소됐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종료 등이 총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분기 4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3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4조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적자폭이 8조5000억원 확대됐다. 54조원은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에 육박하는 규모다.
적자폭, 전망치의 90% 상회
세수 규모 정상화 장담 못해
지난해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6%인 58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길어지는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불과 1분기 만에 전망치의 90%가 넘는 적자가 쌓일 만큼 나라살림 상태가 나빠졌다.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5~6월부터는 세입 액수가 예년보다 컸던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세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4~5월 법인세 분납 규모가 예년보다 적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세수입 정상화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1053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보면 국가채무는 20조2000억원 늘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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