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과거 정부, 북 제재 풀어달라 해서 군 골병 들어”
코로나 중대본 회의서도 “이념·정치 방역” 전 정부 탓 이어가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과거 정부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서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추진 메시지를 한국군의 역량 약화와 곧장 연결시키면서 전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군을 동원한 ‘댓글공작’ 사건으로 일부 유죄가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국방 혁신의 핵심 책임자 역할을 맡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 정부가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험에서 고개 돌려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이런 비상식적인 것을 정상화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아닌 남북관계 진전에 목표를 두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대북 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는 뜻을 밝혀 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부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북한만 짝사랑하고 굴종”(지난해 2월17일)한다며 비판했다. 이날 발언은 전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이 군을 약화시켰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 제재 완화’와 ‘군 골병’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란 지적도 나온다. 안보 문제를 두고도 진영 간 갈라치기를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김 전 장관을 포함한 민간위원 8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군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 일부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상태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전 장관을 “존경받는 군 원로”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으로 호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무리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이념적·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우리가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이는 결국 국민들께서 재산권, 영업권 제한을 받으면서도 무리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따라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전임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또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리스크가 있다고 하면 그걸 최우선으로 해서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 (전임 정부가) 그걸 하지 않고 이념적, 정치 방역을 해서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국정 전 분야에서 1년째 전임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계속되면서 국정운영 최고책임자가 통합 대신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과거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개혁을 하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과거 정부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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