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철저한 준비와 현실적인 접근이 성공으로 이끕니다"

윤신영 기자 2023. 5. 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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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이정환 페퍼앤허브 초록농장 대표(42)
이정환 페퍼앤허브 초록농장 대표

농식품부가 조사한 2022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시 생활 후 다시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귀농귀촌하는 U형 경향이 꾸준히 상승세다. 2018년 53%였던 U형은 지난해 조사에서 70.7%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에 대해 '농업'이 직업으로서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다수다. U형 귀농귀촌은 농업에 뜻을 두고 고향을 떠나 선진 농업 이론을 배워 다시 돌아오는 사례부터 고향을 떠난 후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농업이나 농촌에 희망을 가지는 사례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전국 유일한 유기농 특구로 이름 높은 홍성군 홍동면 효학리에는 그중 한 귀농귀촌인이 자신의 꿈을 8년째 펼치고 있다.

이정환 페퍼앤허브 초록농장 대표.

◇충남 홍성군 홍동면 효학리에 위치한 '페퍼앤허브 초록농장'에서는 11일 이정환(42) 대표가 전국에서 밀려드는 허브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허브는 여름과 크리스마스 직전이 대목이에요. 여름, 전국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만들 때 초록농장의 허브 재료로 써서 맛과 향을 내는데 쓰는 거죠. 요새 로즈마리만 해도 매일 10㎏ 안팎을 배송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케이크에 장식할 용도로 주문이 들어오는 거에요"

이 대표의 유기농 페퍼, 허브 농장은 이제 지역 내 주문을 넘어서 전국에서 밀려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을 받는 등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 대표의 인터넷 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이런 주문량을 보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는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아져 안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농장에서는 외국고추, 타임, 아스파라거스, 라벤더, 로즈마리 등을 키운다.

이 대표가 이러한 결과를 얻기까진 쉽지 않았다.

비록 부모님이 고향인 홍성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정작 이 대표는 농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대학교를 나와 홍성 인근 지역에서 리조트 회사에서 근무했고 리조트 업계의 경험들을 인정받아 경기 지역에 이직할 때까지도 농업은 관심 밖이었다.

지난 2017년 5월 이 대표는 홍성에서 큰 외식 사업을 시작한다는 친척을 돕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면서 외국고추, 루꼴라, 허브 등 특수작물이 굉장히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된 계기다.

"식자재가 정말 비싸서 내가 한 번 키워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정식통관으로 작물을 들여오고 유튜브로 외국 영상 보면서 독학으로 재배 방법을 연구했어요. 실험 삼아 시작했던 특수작물의 재배가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농사 시작은 그의 부모님부터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것을 반대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평생토록 농사를 지었던 그의 부모님은 농업의 어려움을 알기에 자식은 힘든 일을 하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것 외에도 농업 시설, 부지 등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뒤따랐다. 이 대표가 대전에서 대학을 다닐 때, 타지역에서 직장을 다닐 때 별다른 생각 없이 홍성군에 주소지를 유지했던 사실은 뒤늦게 그가 귀농귀촌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원인이 됐다. 결국 이 대표는 농장을 시작하기 위해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모았던 자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열의를 믿기로 한 부모님의 땅을 빌려 지난 2019년 4월 하우스 2동 700㎡ 노지 1000㎡으로 귀농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첫 해 농사를 이 대표는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했다. 그는 한 해 더 같은 규모와 방법으로 농사를 다시 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자신의 귀농 결정에 큰 자신감을 얻은 그는 그 해 겨울 농장 규모를 늘리고 재배 품종을 줄이기로 결정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도전한 충남도의 지원 사업 공모에 성공하고, 그동안 모아온 모든 자금을 투자해 2020년에는 하우스를 3300㎡까지 늘렸다.

농장을 늘리느라 한 때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 대표는 아내의 믿음과 소득으로 가계를 버텨나가며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적극적인 지지자가 된 부모님의 도움으로 농가에 부담이 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의 초록농장은 단동온실 3201㎡, 3연동 온실 396㎡, 노지 2975㎡에 이른다.

이 대표는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귀농귀촌은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실적'이라는 말에는 농촌에서의 삶, 자금, 농업, 주변인들의 지원·공감 등 다양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특히 순간의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명확한 목표를 정해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농가에서 장시간 체류하며 멘토멘티 체험을 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곁에서 봐왔고 농업은 아니지만 생활을 해온 점은 매우 큰 이점이었어요. 농업은 직업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삶인데 그 계획부터 자신이 세워야 한다는 점은 쉽지 않습니다."

농가에서 자랐던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농촌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고, 농업이라는 것도 어떤 일인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지만, 농촌·농업을 모르는 이들은 이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농촌이나 농업과 정말 맞지 않는 경우엔 빠른 진로 변경을 하는 것이 농촌과 자신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생각도 포함돼 있다.

이정훈 대표는 농촌과 농업의 가능성을 일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옆 논에서 트랙터를 운영하시는 어르신이 75세십니다. 옛날이면 집에서 쉬실 나이신데 아직도 농기계 운영하며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농촌은 나이들고 있고 이대로 가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인식일 거에요. 결국 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젊은 피로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한다면 농촌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정환 대표의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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