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신체성의 세계관에 기반한 호방하고 유쾌한 윤리·정치학 제안

김지선 기자 2023. 5. 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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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露出)'은 공멸 위기에 발가벗겨진 인류의 자화상인 동시에 그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절박한 '무장(武裝)'이다.

얼라이모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깊어져 가는 불평등, 전대미문의 팬데믹, 타협 없는 극단적 적대 등의 위기가 인류세적 위협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그는 '지구적 위기 극복은 내 동네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기조 삼아 인류세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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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노출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겠다는 결연함의 표현
'야생 숨쉬는 마당 만들기'는 공멸에서 벗어나는 쾌락의 작은 실천

스테이시 얼라이모 지음 / 김명주 김정숙 이연숙 지명훈 옮김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309쪽 / 1만 8000원

'노출(露出)'은 공멸 위기에 발가벗겨진 인류의 자화상인 동시에 그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절박한 '무장(武裝)'이다.

세계적인 생태문화학자 스테이시 얼라이모의 포스트휴먼 시대 환경정치학 주제의 세 번째 역작이다.

얼라이모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깊어져 가는 불평등, 전대미문의 팬데믹, 타협 없는 극단적 적대 등의 위기가 인류세적 위협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그는 책에서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공멸의 위기를 극복할 실천적 행동을 독려하고 촉구한다.

저자는 노출과 쾌락을 주제로 문학과 영화, 단편 동영상, 시각예술, 나체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적 행위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상호 연결된 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의 세계에서 실천할 수 있고 호방하면서도 유쾌한 윤리학과 정치학을 제안한다. 횡단신체성이란 인간과 기술, 환경의 관계를 물질들 사이에 가지는 유동성으로 재정립하고, 인간이 부여하는 이분법의 잣대를 탈피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상호 연결, 작용, 얽힘 등을 가정하는 얼라이모의 개념이다. 그는 '지구적 위기 극복은 내 동네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기조 삼아 인류세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저자의 해법은 생명체와 비생명체, 인간과 비인간이 뒤엉키는 횡단신체적 장소인 '마당 만들기'다. 그는 가로지름의 마당이 차츰 늘어나 인간과 비인간의 벽이 허물어질 때, 인류 공멸의 수은주가 떨어질 것을 기대한다.

오레곤 주립대학 영문과 교수 겸 환경학과 교수인 얼라이모는 탄탄한 문학텍스트 분석력을 바탕으로 포스트휴머니즘과 신물질론, 환경정치학 등을 활용해 현상을 분석했다. 김명주 충남대 영어영문과 교수와 이연숙 영문학 박사는 영문 번역을, 김정숙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영문번역과 문장다듬기를, 지명훈 철학 박사는 문장다듬기와 철학용어 검토를 맡았다.

저자는 한국 독자를 위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끌어들였다. 괴물을 통해 독자는 횡단신체성과 위험사회, 신물질론, 행위능력 등 다소 난해한 개념들을 이해하게 된다. 한 미군이 한강에 버린 독성 화학 물질로 생겨난 돌연변이 괴물처럼,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 낸 인류세 앞에서 이를 저지할 힘과 능력,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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